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은 정말 '거품'이었나

2026 WBC의 '대표팀 연봉 비교' 담론으로 되짚는 'KBO 거품론'

by 채성실

‘선수들 몸값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 ‘실력은 떨어지는데 돈은 너무 많이 받는다’, ‘그들만의 리그나 다름이 없다’‧….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국민 정서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둘 때마다 꾸준히 나오곤 했던 이야기다. 언론부터 시작해서 현장을 떠난 야구계 원로까지 모두가 한 마디씩 얹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청문회에 불려 가 망신을 당했다. 한국 야구는 어느 순간 ‘국민 거품’이 됐다. 기꺼이 돌멩이를 던져도 되는 만인의 혐오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1220109608181830.jpg 2008년 도쿄 올림릭 우승 순간의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중반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2006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하고, 2009년 WBC에서는 결승전 고지를 밟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300만 관중 수에 머물던 한국프로야구(KBO리그)의 인기도 상승세를 탔다. 2008년에는 500만 관중을, 2011년에는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12년에는 700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으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거품이 꼈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2011년 겨울, 스몰마켓 구단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가 외야수 이택근을 4년 총액 50억 원에 영입했다. 2013년 겨울에는 국가대표 리드오프 이용규와 정근우를 각각 67억, 70억 원을 받았다. 같은 시기 골든글러브 포수 강민호는 소속팀 롯데와 4년 75억 원에 재계약하며 역대 최고액 계약 기록을 경신했다. 이즈음부터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3년, 2017년 WBC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13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야구에서 동메달조차 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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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WBC 국가대표팀 연봉 비교표'. 'KBO리그 선수들이 실력에 비해 과분한 금액을 받는다'라는 비난을 불식시켰다.

다시 2026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WBC 대회로 돌아와 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일본과 대만에 연달아 패배하며 궁지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야구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라는 성토는 예년 대회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덜 했다. 끝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경기력, 부상 악재로 완전체가 아니었던 선수단 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매 경기 전마다 ‘양국 대표팀 연봉 비교표’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9번 타자로 출장한 일본 대표팀 포수의 연봉(12.2억 원)이 한국 선수였을 경우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대만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의 연봉 차이도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수위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정후의 연봉(320억 원)이 ‘튀는 표본’이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 차이는 대만 야구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했는지 보여줬다. 한국의 8강 상대로 유력한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 소속 후안 소토는 약 695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는 한국 대표팀 선수단 전원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물론 소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타자다. 하지만 KBO리그와 MLB의 리그 규모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확인 가능한 지표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떠도는 연봉 비교 이미지는 부정확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시아 3대 리그의 연봉 통계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 2025년 KBO리그 소속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 6071만 원이었다(신인·외국인 선수 제외). 일본 프로야구(NPB)의 2025년 평균 연봉은 4905만 엔으로, 한국의 약 3배 수준이다. 전 세계 야구 스타가 모이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2025년 평균 연봉은 68억 원이었다. 대만 프로야구(CPBL)은 정확한 선수단 전체 평균 연봉 통계가 없으나, <OSEN>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 선수들이 수십억 원대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은 정말 '거품'이었나?” 2026 WBC의 '대표팀 연봉 비교' 담론 속에서 단순히 ‘어떤 선수가 연봉을 정말 많이 받네’, ‘어느 국가 선수들은 생각보다 연봉이 높았네’ 같은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그저 KBO리그의 질적 팽창과 함께 양적 팽창 또한 이뤄지는 현상을 가리켜 ‘거품이 끼었다’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글을 마치기 전에 예상되는 반론을 미리 재반박하자면, '몸값 못하는 먹튀 장기계약 사례'는 어느 리그에나 존재한다. LA 에인절스의 앤서니 렌던은 7년 2.45억 달러(한화 약 3,60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한 뒤 6년간 257경기 출장·22홈런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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