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

되는대로

by 웃자

연못이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석양이 수면에서 반짝였다. 그것은 연못 가장자리로 갈수록 희미해졌다. 비릿한 냄새가 났다. 물 속에 늘어진 손을 들어보니 상처가 있었다. 날카로운 부리가 쪼아서 생긴 것 같았다. 너덜너덜한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석양이 핏줄을 타고 흘러 연못으로 번졌다. 럭키가 상처를 핥았다. 마치 상처를 파먹는 것처럼 까슬까슬한 혓바닥으로 열심히 핥았다. 피는 멈추지 않았고 럭키는 계속해서 피를 삼켰다. 한동안 흡혈은 계속되었다. 햇빛이 비치는 동안 문제 없을 것 같았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James Wheeler @ www.pexels.com

럭키는 그때처럼 꼬리를 흔들고 이리저리 날뛰었다.

Misael Garcia @ www.pexels.com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럭키의 입가에 노란빛이 번졌다. 달빛이 몸속에 흘렀다. 붉은 피가 모두 사라졌으니 이제는 밤이다. 그제서야 럭키는 가만히 앉았다. 연못의 달빛이 상처로 흘러들어갔다. 붉은 출혈은 노란 수혈로 끝났다. 언젠가 한적한 시골의 잔잔한 연못에서 적막을 깨뜨렸던 물수제비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은둔과 고립 속에서 침착하고 고요한 외로움이 텅빈 혈관을 채웠다. 평온함 속에서 주변의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따끔 환각이 어른거렸고 환청이 울렸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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