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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y 09. 2020

컨설팅을 시작하며

도움될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들어가며...


4월 첫날부터 디지털 마케팅에 관한 자문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연이 닿은 스타트업 3곳과 3개월 가량 계약을 맺고 조직 내 마케팅 업무에 관한 병목 해결부터 조직 재편까지 다양한 영역에 도움드리며 저 또한 배우고 있습니다. 자문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낸 여러 마케터 분도 만나고 흔히 뵐 수 없는 여러 분야 회사의 대표님도 만나뵀습니다. 이번 주제는 그런 만남과 업으로써 자문을 시작하며 확실해진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관한 소회입니다.  




1. ROAS에만 집중하지 않길 바랍니다.


디지털 마케팅에 관한 기술적 지식은 많이들 공유돼 스타트업신에서 흔히 보는 저연차의 주니어 마케터 분도 페이스북 광고를 능수능란히 다루고 더 나아가선 메커니즘을 잘 이해한 경우, 초반 높은 ROAS(광고수익률)를 기록하는 걸 목격합니다. 저도 이런 모습을 곁에서 목격하거나 소셜 계정에 자랑스럽게 포스팅하며 생각을 나누는 것을 보면, 진심으로 기분 좋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가 ROAS 만능주의에 빠지면 어쩌나 혹은 반대급부로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생길 상실감이나 내려앉을 평판은 어떻게 감당하나 같은 걱정도 살짝 듭니다. 당연히 이러한 능력의 주니어 마케터가 시니어(그리고 저 같은 사람)보다 기술적 혹은 실용적으로 뛰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선 우려가 현실이 된 경우도 종종 목격합니다.  


항상 이전 글에서도 말하는 내용이지만 한 지면에서의 높은 ROAS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하락하는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입체적 사고와 문제 분석력과 해결력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페이스북을 벗어나 유튜브나 네이버에 광고를 집행해 이전엔 도달하지 못했던 고객을 잠시나마 많이 끌어와 웹사이트의 환경을 환기시켜야 할 수 있고, 예상대로 이탈한 그들을 구매까지 도달시키기 위한 리마케팅 계획을 촘촘히 짜야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어 경험을 강조한 캠페인을 펼쳐야 할 수도 있고 생각 외로 기업 대상의 B2B 마케팅 전략이 빛을 발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말씀드리고 싶은 건, ROAS를 높이는 방도로, 꼭 소재를 더 추가하고, 프로듀서에게 좀 더 자극적인 광고물을 요구하고, 다이내믹 광고를 활성화하는 등의 수단만 있다는 것이 아니란 겁니다. 마케터는 광고관리자를 다루는 사람이 아닙니다. 비즈니스가 처한 문제와 기회를 발견하고 그것을 고객과 연결 지어 해결하고 포착하는 사람입니다. 상황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중요한 일입니다.


꼭 페이스북 전환 캠페인만 고집하지 마십시오. 네이버 검색광고도 신경 쓰며 어떤 검색어로 우리 사이트에 유입되는지도 지켜보시고 구글애널리틱스를 통해 어떤 검색어로 들어온 고객이 우리 웹사이트 상품과 서비스에 좀 더 관심을 갖는지 세심히 보면서 우리가 무엇에 강점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 고객의 심리를 상상해보십시오. 나아가 우리 고객이 아이폰을 더 많이 쓰는지, 갤럭시를 더 많이 쓰는지, 브라우저 화면의 크기는 작은지, 큰 지, 어떤 화면을 더 많이 쓰는지, 후기로 어떤 말을 남겼는지, 같은 것을 보며 언젠가는 떨어질 한 매체의 포화된 ROAS를 뛰어넘을 준비를 하십시오. 그러한 깊은 생각 과정이 더 좋은 마케팅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케팅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마케팅은 ROAS 게임이 아닙니다.


2. 자사몰을 넘어 총 이익 관점에서 사고합시다.


자사몰이 아닌 외부 유통처를 통해 물건을 동시 위탁판매하는 경우, 자사몰 성과만 봐서는 절대 안 됩니다. 물론 외부납품을 시작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자사몰 성과가 높겠지만 점차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외부유통처는 매출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쿠팡 같은 대형 커머스플랫폼에 물건이 진열된 경우 자사몰을 도착페이지로 설정한 광고가 저쪽의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걸 낙수효과라 할 수 있겠지요. 문제는 이 케이스는 광고비에 수수료가 더해진 이중비용구조가 만들어지며 이익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외부 유통처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자사몰 매출 외에도, 유통처의 성과가 광고투입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초반부터 유심히 추이를 관찰하며 감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조직 내 외부 유통처 퍼포먼스를 관장하는 비즈니스 유닛과 주로 자사몰로 트래픽을 꽂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분리돼있다면, 차후에 그 둘은 서로 매출 경쟁에 빠져 고객편의나 브랜딩 관점의 시각은 배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을 위한 제로섬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외부 유통처에서 대형행사를 잡았다면 그것을 두 부서는 서로 공유해 큰 기회비용을 치르지 않아야 합니다. 반대로 자사몰에서 생애주기의 끝 단계에 접어들어 판매가 부진한 상품은 얼른 떨어버릴 외부 유통처에서의 판촉행사를 잡는 것도 빠르게 제안해 재고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자사몰만 다룬 마케터는 외부 유통처의 수수료 정책이나 복잡한 어드민(관리자 페이지) 등 어렵진 않지만, 낯선 개념 때문에 유통처에서의 지표를 함께 사고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케팅믹스 4P 중, ‘Place'(장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날잡고 MD 곁에 붙어 공부해보며 시각을 넓히는 걸 추천합니다.  


3. 고객이 진짜 입으로 말할 것 같은 문안이 유리합니다.


저는 구인구직 서비스 ‘잡코리아’의 TV 광고(https://www.youtube.com/watch?v=005khsbg-k0)를 좋아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 안에 취준생 같은 모습의 주인공이 희망찬 얼굴을 하고 잡코리아 앱을 삭제하는 모습이 펼쳐지며, “수고했다 잡코리아” 뭐 그런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저는 이 광고를 여러번 보면서 참 사용자 경험 입장에서 카피를 잘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앱 광고는 우리 것을 설치하라고 강요하는데 잡코리아는 삭제를 권하니까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실제로 그 서비스에 있어 '아하 순간’은 사용자가 취업에 성공했을 때고 그때 가장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테니(그러면서 용량문제로 가장 먼저 지우겠죠?), 그것을 세심히 잘 표현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겁니다.

이건 뭐 비단 TV 광고말고도, 페이스북 광고든 뭐든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광고 공식에 해당하겠습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나 상품을 쓰며 말할 법한 표현을 광고에 녹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드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를 지향합니다”보다는 “내일이 금요일인데 뭐 입지?” 같은 문안의 광고 클릭률이 더 높고, “편안한 밴드 슬랙스”보다 “남자친구가 좋아해요” 같은 문안의 반응이 더 좋습니다. 이런 걸 구상하기 위한 기술로는 정말 고객 입장에서 우리 제품을 받았을 때, 사용할 때, 느낄 감정을 일기 같은 양식으로 써보거나 하면 좋습니다. 물론 그저 상상력만 발휘해 맘대로 좋게만 쓰면 안 되고, 실제적 데이터에 입각해 써야 하겠습니다. 후기나 그간 CS 부서의 고객응대내역을 살펴보며 센스 있게 작업해보세요. 언론을 대상으로 우릴 소개한다고 생각하고 보도자료를 써봐도 됩니다. 지금보다 자연스러운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연출할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꼭 ‘종대’로 불리는 광고대행사를 부르는 게 능사는 절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오히려 그 전에 그들에 요구할 제안요청서를 위의 생각 기반으로 탄탄히 만들어 준비하기 바랍니다. 흔히 계약서처럼 오고가는 제안요청서가 외려 중요할 수 있습니다.


4. 컨설턴트가 떠나도 유지될 수 있는 구조에 집중합시다.


외부에서 날고 기는 마케팅 자문을 모신다고 해서 이후 매출과 광고효율이 터질 듯 오르진 않습니다. 간혹 천재적인 그런 사람도 있지만 저는 못합니다.


인하우스 마케팅을 시작하고 싶다면 페이스북 광고관리자 설정보다는, 적절한 역할의 인력채용과 인력 간 역학관계 및 그들이 갖고갈 올바른 목표 설정에 주안점을 둬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해서 죽어라 숫자만 보고 예산 조정만 하고 싶은 사람 없고, 콘텐츠 마케터라고 해서 끊임없이 배너기획과 디자인만 하고 싶은 사람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생존을 위해 가져가야 할 역할은 분명하지만 초기값이 이후에 불러올 동적인 상황도 상상해보십시오. 사람의 욕구는 복잡하니까요. 그러니 자문에게는 당연히 주로 성과증진에 관한 방안을 물어보시더라도 틈틈이 세일즈 조직 구성과 조직원별 목표 설정 및 동기 부여에 관한 내용 또한 놓치지 말고 묻고, 답변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마치며…


자문 업무를 새롭게 시작하며 페이스북 픽셀 설치부터 AB실험 설정, 전반적인 출시 계획을 잡는 것까지 꽤 편차가 큰 일을, 그것도 다양한 분야에 한꺼번에 적용하려니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곤 합니다. 제 스타일 상 한두 가지 일에 완전 몰두해 끝을 보는 게 적성에 보다 맞는데 이또한 적응되리라 생각하며 정리한 글이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건 저는 정말 마케팅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맘을 사는 행위는 디지털이든, 일상생활에서든 정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jango.djaan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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