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캠페인을 구상하는 사고방식
들어가며...
초반부 일정수준 이상 성장을 만들고 동일 방식의 마케팅을 지속하면 어느 순간부터 성장의 둔화 혹은 한계를 마주합니다. 곤두박질친 캠페인 효율은 광고예산의 소극적 집행을 유도하고 웹사이트 유량을 떨어뜨려 매출은 하락합니다. 매일매일 페이스북 광고관리자의 단기 광고 지표에만 집중해온 마케터에게 이는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소재를 추가하고 타깃을 늘려 광고를 노출하는 방법을 사용해보지만 지속성이 떨어져 대증요법에 그칠 때가 있습니다.
도입기를 훌륭히 거친 브랜드가 대체적으로 겪는 현상으로, 이 경우 인지도 증대를 위한 매스(mass) 캠페인을 고려합니다. 특히 비디오 커머스는 소셜네트워크에서 퍼포먼스 캠페인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다 TV 광고나 옥외지면을 활용한 브랜드 캠페인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별 지표만 관찰해왔던 이가 갑자기 규모 큰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려니 캠페인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적정 예산, KPI 설정까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슷한 과정을 여러번 거치며 굳어진 사고방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이 사고방식을 '광고 예산 증액의 프레임워크’로 명명해봤습니다.(그리 특별하고 새로울 건 없습니다.)
매스 캠페인 집행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브랜드나 상품의 매출 규모가 0에서 2수준까지는 이미 성장한 단계일 것이고 4, 5수준까지 도달하려는 목표를 세웠을 겁니다. 이때 가장 당연하고도 중요한 것은 현 상황에서 브랜드가 당면한 문제를 내부에서 확실히 정의하는 겁니다. 다음 단계로 생각하는 브랜드 캠페인은, 정의한 바로 그 문제 해결에 100%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동안 0에서 2까지 성장한 과정을 복기합니다. 페이스북 광고를 주로 해왔다면 광고 관리자 우상단 관찰기간을 ‘전체기간’으로 설정하고, 현재까지 노출한 광고수와 도달수(노출과 달리 중복 없는 고유 값을 의미) 그로 얻은 클릭수와 구매수를 보고, 어딘가에 기록해둡니다. 이는 현 시점에서 마케팅이 당면한 문제(혹 기회)를 좀더 전체적 시각에서 정량적으로 파악하고자 함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 광고를 대체 몇명이 얼마나 보았고, 그 정도가 해당매체가 보유한 유저풀 기준으로 얼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가? 계산해보자는 겁니다.
1억 원의 월 예산을 A라는 채널에 수개월 간 써온 브랜드(이제 우리 브랜드라고 칭하겠습니다.)가 있다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앞서 관찰한 수치 대부분이 높을 것입니다. 한 달 기준 CPM을 편히 1만 원으로 가정 시 노출은 1천만 회 발생했을 것이고 평균빈도를 3회라 하면 광고를 본 사용자는 약 330만 명 가량일 것입니다. 월 330만 명이 우리 브랜드의 광고를 본다는 것이고 만약 브랜드의 핵심타깃이 20대중반에서 30대중반이라면 해당하는 전체인구(인구통계자료에 따르면 690만 명쯤?)의 약 50%와 접촉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방식을 1개월이 아닌, 수개월로 늘려 관찰하면 해당인구 내 리치(reach)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아직 광고를 집행해본 적 없는 B라는 또 하나의 유망한 광고채널이 있다 가정해보면, 아래 그림처럼 현재 상황을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B라는 매체의 월간 이용자수는 A보다 많고 인구 중 이 둘을 중복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고 가정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미디어 경쟁상황에 따른 광고 도달 분포를 나름 현실적으로(그리고 정량적으로) 그리며 고객이 어떤 감정을 가질까 상상해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그려보면, 공략해야 하는 2534 전체인구 중 구매를 경험한 이가 생각보다 극소수이고 더 많은 구매자를 확보 못하는 이유가 너무 A라는 한 매체에 광고를 집중해 그럴 수 있겠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간단하게 우리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하이레벨 단위의 목표가 생긴 것 같습니다. A) 광고를 보고도 구매하지 않은 사람과 B) 광고를 아직 못 봐서 구매하지 못한 사람을 데려오면 새로운 볼륨을 창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제부턴 다소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그려진 각각의 타깃을 구상화해야 합니다. 대체 A)는 왜 우리 브랜드 광고를 지속적으로 봐왔지만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B)의 경우, 매체 이용 습관이 다른 걸 미뤄봤을 때 우리 브랜드의 기존 타깃과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 연령이 판이한 것 아닐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선 직접 그들을 만나봐야 합니다. 분석도구에 찍힌 방문, 구매에 관한 데이터를 더 들여다 본다고 해서 'Why'를 알 수 없습니다. 이로써는 사후적 현상만 알 수 있죠.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전체 캠페인 예산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니) 설문조사를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설문조사는 시중에 ‘오픈서베이’ 같은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도 많으니 상황에 맞게 업체를 물색해 이용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A) 그룹(광고를 봤지만 구매를 망설인 이)의 여러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뭔가 찝찝하다”, “후기가 별로다”, “이미 샀다"(근데 알고 보니 타브랜드...), “소셜커머스에서 할인행사하면 살 거다” 등 광고가 주는 신뢰에서 기인한 문제부터, 브랜드 식별력이 떨어져 우리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남 좋은 일을 하는 경우까지 구매하지 않은 원인이 매우 다양합니다. 구글애널리틱스가 알려주지 않는 이런 현장감 넘치는 통계자료와 직관을 활용해 우리 브랜드가 처한, 그리고 현 마케팅이 당면한, 핵심 문제와 과제를 선정하면 됩니다.
B) 그룹(광고를 아직 접하지 못한 이)은 다시, 우리 브랜드가 광고를 해온 매체를 사용하는 이(그림에서 빨간색 영역)와 해당 매체를 사용하지 않는 이(그림에서 가장 바깥 영역)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는(가정한 상황에서는) 예상보다는 이 두 세그먼트가 전체인구에서(잠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우리 브랜드가 더 성장하기 위해 절대 놓칠 수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한 결론으로 이번 브랜드 캠페인의 미디어믹스 구성 시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또 다른 매체가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하고 노출을 확대할 계획을 짜야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약 1개월 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위 그림처럼 결론지었다고 가정해봅니다. 각 세그먼트별로 분포한 타깃의 숫자도 넣었고, 조사를 통해 각 타깃별 브랜드가 해결해야 할 미션도 정의했습니다. 정리하면 이제 우리 브랜드는 "잠재고객 집단과 신뢰를 쌓는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야 함과 동시에 우리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한 광고매체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데려와야 할 첫 번째 고객은 우리 브랜드 광고를 1번이라도 봤던 미구매자 329만 명"이고 더 확장하면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알아 갈 360만 명"입니다. 이제 문제와 미션을 정의했고 이를 해결해줄 브랜드 캠페인의 몸체 ‘크리에이티브’ 제작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외주 제작사가 붙거나, 내부 제작PD처럼 전문인력이 함께해야 원활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이끌이인 마케터는 광고를 온에어하는 데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며 어떤 지표를 캠페인 성과의 척도로 삼을지? 더 고민해야 합니다.
우습지만 캠페인 예산을 설정하는 일은 앞선 준비 과정과 크리에이티브 제작 작업보다, 훨씬 더 단순하게 정리되곤 합니다. 이것에 있어 세밀한 논리를 만들어 보려 하면 늘 답 없는 탁상공론에 빠지곤 합니다. 이는 의사결정과 용단의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논리적 사고를 발휘한다면, 어쨌든 이 글은 사고 방식을 소개하는 것이니까, 예산은 앞선 2.에서 우리 브랜드가 공략할 대상으로 선정한 689만 명(=329만+120만+240만)에게 광고를 몇회 노출할 것인가?로 결정합니다. 디지털에서는 똑같은 광고를 3회 이상 볼 경우 피로감을, 5회 이상 볼 경우 나아가 거부감을 느낀다 합니다. 이 부분을 고려해 2534타깃 689만 명에게 3회 노출한다면 얼마 정도의 광고비가 필요할지 추산해봅니다. 이는 매체에 탑재된 광고 관리자에서 제공하는 일명 ‘도달 플래너’(혹은 캠페인 플래너)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달 플래너란 광고주가 희망하는 도달 목표치(타깃, 노출수, 빈도수, 기간 등)를 입력하면 적정한 광고 예산을 자동으로 제안해주는 기능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기능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예산 설정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 수 있을 것입니다.
브랜드 캠페인의 KPI는 반드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잡아야 합니다. 최악의 케이스는 "TV 광고를 돌리는데 왜 매출이 안 나오는 거야!”라고 화내는 상사와 일하는 겁니다. '보라빛 소가 온다' 저자 세스 고딘은 최근 저술한 신간 ‘마케팅이다’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다이렉트 마케팅은 전화기를 울리게 하고 브랜드 마케팅은 문화를 바꾼다” 이 말은 브랜드 마케팅의 즉각적 아웃풋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문화를 바꾼다니 얼마나 측정이 어려운 개념입니까. 그래서 KPI는 우선적으로 캠페인의 참여자수(시청자수 등), CPV(Cost Per View),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CPA(Cost Per Action)를 넣되 단기로 관찰할 게 아니라, 지속 관찰하며 보다 장기적 관점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아울러, 매출도 자사몰뿐 아니라 외부 오프라인 유통처와 온라인 유통처 매출 추이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가 해야 할 말을 적절한 크리에이티브에 담았다면, CAC가 캠페인 기간에는 폭등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고객 획득 비용이 이전보다 더 내려가야 합니다. 물론, 이런 이상적 상황을 현실화하려면 또 한 가지 중요한 전제로 우리 브랜드의 품질을 일정수준 이상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마치며…
사실 지금까지 기술한 사고법은 광고 에이전시가 제안서 작성 시 많이들 쓰는 방법입니다. 좋은 제안이다 싶으면, 제안서 서론에 저것과 같은 논리가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내용은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 때 조금 더 유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경험해본 뒤 부질없다 깨닫고 직관을 활용하는 것과, 노력도 하지 않고 잡스가 된듯 “자 이제부터 TV 광고에 집중합니다”하는 것은, 이후 배움과 성장에 있어 큰 차이를 야기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또 경계할 것은 마케터가 이러한 보고서를 쓰는 괴정에 매몰되는 것입니다. 브랜드 캠페인에서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 문화 그리고 소비자의 관념을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어떤 이야길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며, 그래서 개인적으로 브랜드 캠페인은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전부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는 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이 정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회사 대표도 예외라 할 거 없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만 하거든요.
django.djaang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