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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Feb 23. 2020

에이전시 + 커머스 모델 <1>

에코마케팅에서 찾아 본 '긍정적 시너지'

들어가며…


얼마 전 에코마케팅이 전년도 4분기실적(잠정)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28%, 31% 떨어진 영향으로 며칠새 주가도 급락했는데요. 짧은 생각으로 추정컨대 지난 4분기 커머스 부문 실적도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다만 전년도 3분기까지 가공할 만한 성장세가 시장전망치를 너무 높여 놓았던 것 같습니다.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추정)까지의 영업실적

커머스 부문은 2017년 에코마케팅이 인수한 데일리앤코의 사업을 가리키는데 지난 공시를 토대로 지난해 커머스 부문 매출을 어림짐작하면 약 740억 원에 달하는 큰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네요. 이는 그룹사 매출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에코마케팅 성장에 커머스 비즈니스가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는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마케팅 측면에서 광고선전비를 커머스 매출과 대조해봤는데 지난해 연간 광고선전비는 240억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ROAS를 단순계산 시 3.1정도입니다. 딱 봤을 때 건전한 숫자이지만 매출에는 자사몰 외에 TV홈쇼핑과 쿠팡과 같은 외부 유통처가 발생시킨 매출이 함께 녹아있어 일상에서 관리하는 디지털 지면 효율을 기준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뭐 여튼 이번 글에서는 한 기업의 실적을 평가하고자 함이 아니고 광고 에이전시가 커머스를 등에 업었을 때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말하고자 합니다.  




1. 광고 물량전에서의 경쟁우위


2018년 3, 4분기 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 커머스 매출 대부분은 히트아이템 미니마사지기 ‘클럭’(klug)이 견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지난해 무시무시한 성장의 동력은, 개인적으로, 재작년으로 거슬러가 출시초 과감한 마케팅 공세로부터 마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8년 7월 출시된 이후 약 5개월 간 120억 원에 달하는 광고선전비가 쓰였는데 1개월당 약 24억의 광고비를 썼다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TV 광고 없이 대부분의 비용을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에 투자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쉽게 노출단가를 CPM 기준 8,000원에서 최대 10,000원으로 가정하면 월 2억회 이상의 노출을 달성한 것이 됩니다. 물론 출시초부터 소위 "터질 것이란 확실한 예감"이 이처럼 높은 광고비를 쓰게 한 주된 요인일 것 같지만 그럼에도 1개 아이템에 월 20억씩 비용을 태우는 건 정말 풍부한 노하우가(그리고 배짱...)있지 않고서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출시 한 달만에 무려 30만대가 팔렸다는 내용이 있는데 앞선 계산이라면 거짓 같지 않습니다. 위 가정에서 1%대 클릭률에, 4%대 전환율을 적용하면 근접한 숫자가 나온답니다.     


 비디오커머스업 특성상 뭐가 하나 터졌다 하면 비슷한 아이템이 우후죽순 난립하는 바람에 시장점유율을 뺏기기 쉽지만 휴대용 미니마사지기 분야에선 클럭 외의 브랜드는 떠오르지 않을 만큼 에코마케팅이 초반 브랜딩을 강력하게 잘한 것 같습니다. 이 결정에는 일단 ‘대세’로 등극하고 보겠단 결심이 작용한 것 같은데요. 사실 출시초 ROAS는(앞서 언급한 단순 계산법 적용 시) 200%에 못 미치는,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세로 만들면 입소문을 타고 알아서 더 나갈 것이란 직관”이 있었을 것이고, 덧붙여 “대형 에이전시인 만큼 물량전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 이후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봅니다. 광고비는 더 크게 개런티할수록 매체로부터 더 많은 서비스 물량을 확보받을 수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구조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계속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디어믹스도 좋았겠지만 무엇보다 에코마케팅이 가진 규모와 매체네트워크가 중소형 커머스가 갖지 못한 가려운 지점을 긁어주며 시너지를 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느낌으로 네이버 타임보드에 많이 등장했었죠.(출처: 네이버 카페)

이러한 출시초 전략으로 2019년 1분기, 2분기에는 전에 비해 광고비를 크게 줄였음에도 매출은 반등하는 건전한 현상을 보였습니다.(영업이익률 극대화) 그런데 저는 해당 기간 동안 클럭 광고를 가장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특히 검색포털이나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또한 앞서 얘기한 매체 장악력이 한몫한 것 아닌가 추측합니다.(제가 본 광고가 전부 서비스지면이었다면...?)


2. 넓은 시각과 유연한 프로모션 기획


 클럭의 마케팅이 좋았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시즌 특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프로모션을 선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품상세페이지를 가끔 들어가면 인트로(초입 설명 부분)가 늘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모바일게임 마케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전예약 프로모션이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약 4주전부터  줄기차게 노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명절을 1~2주 앞두고 소비심리가 피크를 찍는데 그때는 이미 보편적인 선물 아이템(햄이나 갈비 세트 같은)에 밀려 노출 점유를 높게 가져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명절 휴일과 가까워질수록 민감한 배송 지연 문제도 발생하고. 여러모로 커머스 입장에서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죠. 클럭은 이러한 문제를 한 달이나 미리 싼값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예약방식을 통해 프리오더를 받고 딱 정해진 양을 지연없이 배송하는 서비스로 풀었습니다.      


한정수량 사전예약 프로모션을 쿠팡과도 했습니다.

보통 7월~9월은 여름특수상품이 없다면 휴가철도 끼어있고 명절 연휴도 있어 매출이 꺾이는데 클럭은 여러가지 프로모션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며 큰 매출 신장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이 기간에는 박민영씨를 모델로 한 TV 광고도 온에어하며 비디오커머스 종사자로 하여금 "정말 클럭이 대세"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끔 만들었지요. 여튼 그 당시 저는 데일리앤코가 이전처럼 온전히 혼자 마케팅을 기획해야 했다면 이러한 프로모션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하며 다양한 업계(보험, 게임, 소비재 등등)를 경험하며 쌓은 에이전시의 노하우가 저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유독 사전예약에 꽂힌 건 제가 이전에 7년이나 다닌 회사가 온라인게임사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밖에도 클럭은 다양한 고객층을 염두에 둔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2030을 넘어 4050을 겨냥한 부모님 선물로도 열심히 포지셔닝하고자 했고, 편리한 전화주문도 가능하게 열어두었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시도가 1년이 넘도록 높은 판매고를 지속할 수 있게 한 비결 아닐까 싶습니다.      


  3. 정리


 정리하면 1) 광고 에이전시가 가진 매체 네트워크를 통한 물량전 용이 2)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녹아든 프로모션 기획력이, 어쩌면 페이스북 비디오 마케팅 분야에만 치우칠 가능성도 있는 비디오 커머스에게 큰 힘이 됐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 긍정적 현상을 장기화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해봐야 합니다. 많은 투자보고서에 나와있지만 비디오 커머스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히트 아이템을 출시해야 하는데 현재 그 갈증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클럭 역시 마사지기를 위시한 브랜딩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지만 첫 상품만큼 대중의 폭발적 반향은 없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 상품기획과 제조는 광고 에이전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이 부분에서 두 부문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에코마케팅이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매일 대신 마케팅하고 직간접적으로 업계 생리를 파악하고 판매량을 확인하며 소위 ‘터질 것 같은 상품을 아웃소싱하는 눈'을 넓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따금 <와디즈>가 플랫폼 사업과 별개로 자체개발상품으로 승부하면 파괴력이 있겠다고 생각 많이 합니다.     


아울러 시작하는 단락 내 그림 장표를 보면 제품매출원가 비중이 출시 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데, 1) 주력상품 품질이 달라져서인지 2) 할인 행사가 많아져서인지 3) 외부 유통처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며 프라이싱에 변화가 생겨서인지 진단해봐야하겠습니다. 이때부터는 정말 브랜드 단위로 디테일 한 관리를 요구하고 1일, 1주 단위 전략이 아닌 분기 단위의 판매 전략을 세워 유통처와 관계를 잘 쌓고 때에 따라서는 유통처 전용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도 직면할 텐데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며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봐야하겠습니다. 물론 현재 원가는 이익 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지만(현재 커머스 부문 이익률은 15%를 상회) 제3자가 잘 모른 채 굳이 고민해본다면 여기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1)의 원인이 상품 연구 및 개발에서 빚어진 것이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겠디만 2), 3)이 원인이면 언젠가는 D2C(Direct to Consumer ; 직접판매) 사업 본연의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치며…


주제 넘은 이야길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사실 클럭 그리고 에코마케팅은 워낙 업계에서 유명해 오래 지켜 본 기업이고 개인적으론 이것저것 벤치마크하려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아는 분이 최근 광고 에이전시와 커머스가 함께 손잡고자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시며 에코마케팅 사례를 콕 집어 이야기하시길래 위 내용처럼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소재를 글감으로 삼았는데요. 더 전문적 견해를 찾으신다면, 시중의 투자보고서를 더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jango.djaan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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