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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Oct 09. 2020

D2C가 뭘까 <2> - 완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바라보는

들어가며...


이전 글: D2C가 뭘까 <1>에서는 소비자 대상 직접판매방식(direct to consumer; D2C)으로 큰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마케팅(광고) 집행에 앞서 파괴적 혁신 이론에 근간에 둔 상품기획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파괴적 혁신 이론의 중요한 개념인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 불리는 기술과잉현상을 빠르게 감지하고, 산업 내 저가상품 수요를 공략하면 보다 쉽게 판을 흔들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요 몇년 새 SNS에서 붐을 일으킨 히트상품 대부분이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예시도 언급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술과잉현상 아래에서는 혁신의 원동력이 제품서 채널로 옮겨간다는 시사점에 주목합니다. 설계-부품-제조-유통-마케팅이란 소비재 산업의 (순치적 과정의)가치사슬을 떠올렸을 때 제품성능이 부족한 시기에는 설계-부품-제조 부문에서 통합을 이룬 기업이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성능과 안정성이 담보된 시점부터는 종전 가치사슬 앞단의 통합을 이룩한 기업의 수익성은 빠르게 후퇴하고, 뒷단의 유통-마케팅을 통합한 기업이 시장 파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단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충분치 못한 성능에 대한 재정의

혁신적 파괴 이론을 설명하는 그래프

위 그림은 파괴적 혁신 이론을 설명하는 그래프입니다. 세로축은 성능의 발전을 의미하고 가로축은 시간 경과를 의미합니다.


가파른 기울기의 검정선은 시간에 따른 개량 - 존속적 혁신 - 을 의미하고 동일한 기울기의 파란선은 로우 엔드 방식으로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개 선보다 덜 가파른 기울기의 빨간선은 시간에 따른 소비자의 기술 수용력을 뜻합니다. 보시다시피 산업 태동기엔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술 기대치가 당시 제품의 최대성능보다 높지만, 기술발전속력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일정시간이 지나면 곧 기술과잉현상을 맞이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왼쪽 영역에서 대부분 기업은 제품의 충분치 못한 기능과 안정성 개선에 몰입하고 그 노력은 큰 수익을 가져다 줍니다. 반면 오른쪽 영역에서는 소비자가 "충분치 못한 성능을 재정의하는 현상"이 발생, 기업들은 바뀐 경쟁국면을 맞이합니다. 이 시기 재정의 된 충분치 못한 성능은 제품의 1차기능의 미흡함이 아니라(컴퓨터로 치면 얼마나 프로세서 처리속력이 빠른가?), 접근성과 편리성, 맞춤화에 관한 불충분을 의미합니다. 경쟁국면이 변하면 제품의 단순 기능 개선 - 존속적 혁신 - 만 보고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자 하는 이는 줄어듭니다. 오히려 디자인 혹은 빠른 배송 혹은 저자극 자연성분처럼 하부 요소에 대해 가치소비하고자 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오버슈팅이 일어나면 소비자는 부족한 성능을 기능에서 찾지 않는다.

전편에서 언급한 화장품, 액세서리 산업이 그래프 오른쪽 영역에 해당할 수 있겠죠. 이러한 기회요소(기존 기업에게는 위협요소)가 있기 때문에 D2C 브랜드는 성능(기능)에 있어 전문성을 갖지 않고도, 다른 방면에서의 우수성으로 시장을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범용화/탈범용화의 순환 과정


앞선 설명은 시간이 갈수록 기술은 범용화 과정을 거친다는 겁니다. 독점기술의 범용화 과정에서 과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제조사는 수익 악화로 다른 기업에 자신의 기술을 모듈(module)로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채택합니다. 이는 산업의 탈통합을 야기하며 기업이 수익을 만드는 공식에 변화를 촉구합니다. 바로, 과거 가치사슬 상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한  하부 시스템과 프로세스, 부품 영역에서의 탈범용화(차별화, 통합화)의 필요가 부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소비재 D2C 비즈에 적용하면 아래 그림처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기술과잉현상으로 막강한 D2C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위 그림은 전편에 공유한 해리스 면도기 인수 건을 다룬 해외 아티클에서 본 비슷한 그림으로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한 D2C 비즈에서 유망한 브랜드는 과거에 모듈 구조로 조달하던 가치사슬 뒷단의 영역(유통, 마케팅, 디자인)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소비자에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는 그것을 '에이피알'과 '블랭크'같은 스타트업처럼 남들은 좀처럼 생각하지 못한 SNS에서의 게릴라 마케팅으로 고객을 매우 싼 가격에 데려오는 것과 같은 차별적 마케팅 행위로 해석합니다. 혹 '에코마케팅'처럼 마케팅 영역에서 독자적 통합을 이룩한 능력 기반으로 전도유망한 제조사(브랜드사)를 아웃소싱하는 전략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마케팅 전략의 범용화


국내 D2C의 현 주소는 어떨까요? 전편의 언급처럼 대체로 D2C하면 페이스북 타게팅 광고를 통해 자사몰로 고객을 유입시켜 판매를 유도하는 활동을 떠올립니다. 틀린 개념은 아니지만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앞선 가치사슬의 그림처럼 마케팅 영역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것은 비디오 커머스가 초기에 구축한 영상PD 집단일 수 있고 광고배너를 기가 막히게 작업하는 디자이너 집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페이스북 마케팅 스킬은 소수집단만이 보유한 능력이 아니기에 이 영역을 탈범용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페이스북 타게팅 광고를 하거나 잘 알고 있고 중소/대기업 할 거 없이 점차 인하우스 마케팅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 페이스북 마케팅을 집행하는 기술을 가졌다 하여, 설령 그 기술이 비디오 커머스의 성공방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들, 그것이 성공에 있어 안심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은 아닙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그것은 비교적 강한 차별점일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범용화의 끝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그 양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에 D2C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 새로운 전략으로 인플루언서를 통한 '팬덤'을 내재화하거나 '심미적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이 유효할 수도 있겠습니다. 빈지노가 속한 ‘아이앱(IAB STUDIO)’이나 유아인이 이끄는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그들이 가진 영향력 있는 인사를 적극 활용하며 두꺼운 팬층도 보유했지만 디자인 퀄리티가 높은 결과물로 인스타그램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잠재고객이 밀집한 매체에서, 거창한 광고 없이도, 자발적으로 확산 중 입니다.


마치며... 


D2C 비즈는 성능부족과 성능과잉을 낳는 '환경'에 따라 기업이 적합한 전략을 계속해 찾아나간 결과로 보입니다. 그것을 단순히 "싼 제품을 젊은 사용자가 많은 페이스북 타게팅 광고로 잘 팔았기 때문"이라 설명하는 건 본질을 꿰뚫는 정의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산업의 기술과 환경 변화에 따라 혁신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할지 먼저 예측할 수 있고 어디에 힘을 쏟아야 하는지 좀더 명쾌하게 계획할 수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jango.djaan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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