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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Apr 24. 2021

상세페이지가 준 가르침

들어가며...


판매 기능을 제공하는 브랜드 사이트에서 제품상세설명페이지(Product Detail Page, 이른바 PDP라고도 칭하는)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다. 제품상세설명페이지(이하 제품상세)의 구성이 광고를 집행할 디지털 마케터에게 중요한 이유는 시장에서 제품의 포지셔닝을 미리 그려보며 문안과 광고 크리에이티브 등 보다 실용적 차원의 광고전략을 짤 수 있는 데 있다.


회사를 관두고 나와 하려 했던 사업이 물거품된 후 어쩔 수 없이 벌이가 필요해 광고 에이전시 사업을 벌여야 했다. 디지털 광고만 대행하는 게 아닌 브랜드 사이트 콘셉트 구축부터 마케팅 전략 수립, 광고집행과 사후분석까지 아는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해야만 하는 다소 범위가 넓은 업무였다. 과정에서 내가 가장 큰 영감을 얻었고 앞으로도 마케터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게끔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업무는 제품상세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후 단락에서 설명하겠지만 제품상세는 1) 제품 기획서이자 2) 광고 문안을 기획하는 행위이자 3) 광고 소재를 만드는 행위로 브랜드 사업에서 생산공정을 제외한 판매의 전영역을 관장한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1.제품기획 전 제품상세부터 만들자


사업적 관점에서 어떤 카테고리에서 승부를 볼 지 맘을 먹었다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스펙을 제품상세로 먼저 표현해보자. 만약 과정에서 제품상세가 너무 심심하게 나오거나 동종 카테고리의 타 제품 대비 차별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현재 기획한 목적물의 장래성이 그리 밝지 않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제품상세가 심심하다는 건 광고를 보고 유입된 고객이 장바구니 담기나 구매하기 버튼 클릭과 같은 구매지향적 행위를 하기 힘들다는 것인데 이건 실제 판매를 해보기 전까지는 판단할 수 있는 절대기준이 없어 잘 만들어 진 제품상세를 판정 짓는 잣대를 출시 전엔 마련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께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신 포스트를 보고 많이 생각 난 도서가 있다. 바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다. 책의 저자도 앞선 권도균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설문조사를 경계하고 실제 사업당사자가 실험으로 얻은 소비자 데이터에 근거해 자신의 사업성을 판단하란 조언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방법론은 ‘프리토타이핑’인데 시제품을 의미하는 프로토타입과 “~척하는” 의미를 가진 프리텐드pretend를 합성한 조어다. 요약하면 아직 시제품도 없는 서비스나 제품을 현존하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꾸며 소비자에게 여러 방식으로 노출한 뒤 그것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숫자를 세어보고 이를 근거로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때론 기만과 사기로 느껴질 수도 있는 다소 요망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시제품에 본인을 포함 다수 인력의 젊음을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했을 때 다소 기만 같아 보이는 이 방법을 채택해볼 만 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여튼 다시 돌아가 제품상세를 본인 기준에 심심치 않게 만들었다면 이를 웹페이지에 얹혀보고 소비자로부터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시중에 윅스아임웹 같은 웹 빌더가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간소한 포토숍 기능 정도만 할 수 있다면 가상의 브랜드 사이트로 실제 있는 상품처럼 감쪽 같이 둔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이 단계에서 측정할 점은 가상의 제품상세를 읽고 유입된 사람 중 몇이 장바구니 혹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하냐는 것이다. 보통 전환율conversion rate이라 부르는 이 지표는 업계별 평균치가 있지만 이 또한 앞선 (권도균 대표님 포스트)내용에 따라 가볍게 참고만 하고 기획할 상품의 예상 판매가와 원가 그리고 트래픽을 유입시키는 데 들 예상 광고비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기반해 전환율의 적정 목표를 잡으면 될 것이다.


예)
예상판매가: 89,000원
예상제조가: 30,000원
Cost Per Click: 800원

이 경우 100명의 고객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비용은 8만원이다. 100명이 방문한다면 전환율 1% 가정시 총 이익은 8.9만원 – 8만원 = 0.9만원으로 매출원가를 훨씬 밑돌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는 사업이 될 수 없다. 


전환율 2% 가정 시 총 이익은 17.8만원 – 8만원 = 9.8만원으로 매출원가인 6만원보다 높기에 소폭의 이익을 보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임대료 같은 간접비를 넣지 않았기에 더 여유 있는 상황을 위해선 목표 전환율을 2%보단 높게 잡아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실제 고객사 컨설팅에 적용해보고 있는 방법으로 이에 관해 아직 확실한 신뢰와 검증 이력이 있진 않다. 다만 이후 집행할 마케팅의 수익성이 제품상세에 크게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경험해보고 나서야 앞으론 마케팅 집행  제품 제작  이렇게 테스트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쓰는 내용이다. 이런 생각을 제품 만들 때부터 하지 않으면 요즘 세상에서 디지털로 물건을 팔긴  어려워질 것이다. - 덧붙임:  방법으로 고객사는 결국 상품을 기획을 진행 중입니다.


2. 제품상세는 고객에 정보 아닌 ‘기분’을 준다

기획자 혹 개발자로부터 제품/서비스 사양을 받고 바로 제품상세를 완성하고 나면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내 경험상 대개 친소비자적인 단어나 문안을 쓰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모든 개념에는 앵커링anchoring effect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처음 건네준 제품/서비스 기술서를 받아보고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 재정의하는 행위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보통 기획자는 자신 상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상품의 모든 것에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해 미주알 고주알 적어 놓지만, 제품상세에서 소비자는 정보보단 기분을 얻어간단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우리 자신을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쇼핑할 때 (고관여 제품은 다르겠지만) 제품상세에 머물며 그가 가진 테크니컬 이슈와 온갖 특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에 신뢰가 생겼을 때 비로소 구매를 결정하는가? 아니다. 물론 가격대와 선택 실패가 불러올 치명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론 쭉 훑고 리뷰를 보고 구매를 합리화한다. 그런데 간간히 훑으면서도 시선을 멈추게 하는 워딩이 있긴 하다. 주로 그건 ‘부작용 완화’, ‘할인’, ‘세계 최고’, ‘체지방 연소’ 같은 친숙하지만 뇌리에 강력히 남는 단어들이다.


건강기능식 중 ‘테아닌’이란 스트레스 완화와 정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식품(성분)이 있다. 카페인과 함께 섭취할 경우 두근거림을 완화해주고 각성의 지속시간은 높여 에너지 드링크에 쓰이거나 단독으로 쓰이는데, 에너지 드링크룰 사먹는 고객 입장에선 이렇게나 좋은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정보는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입장 차이를 고려하면 과연 “테아닌을 담아 심신을 안정시킵니다” vs “두근거림 잊고 마셔요” 중 과연 어떤 워딩에 소비자가 상세를 훑다 보다 좋은 기분을 느낄까? 정답은 없지만 마케터가 팩트에 올인하면 낭만적인 제품상세를 만들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깊게 하다 보면과정에서 강력한 소비자 입장에서의 관점이 생기고 이후 마케팅 문안을 기획할 때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난 마케터에게 제품상세를 기획자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써보고 그럴 기회가 없었다면 이후 수정제안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3. 광고 크리를 미리 기획하는 효과가 있다

크리에이티브(이하 크리)를 기획할 때 골머리를 썩는데 미리 제품상세를 직접 써보면 어느 정도 크리가 미리 그려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소비자로 하여금 _% 이상 장바구니,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게 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생길 공포감이든 사용하면서 생길 우월감이든 어떤 기분이란 걸 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어떤 시각적 장치가 제품상세에 있어야 할까? 를 고민해버릇하면  자연스레 그리 될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제품상세에 덕지덕지 gif 움짤이 많이 박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찰나의 순간 고객에 제품에 관한 확실한 기분을 심어줄 수 있는 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치며...


나 또한 지난 회사에서 기획자가 제품상세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홀로서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품상세에 관한 중요성을 간과했고 그 과정에서 고객의 심리를 간파할 기회를 많이 잃었던 거 같아 무척이나 반성한다. 나 같은 실수를 많이 하는 마케터가 없길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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