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식물인간

by 김정웅

1

나는 여전히 여정 중이다.



2

최종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중간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나는 그래도 여정 중이다.



3

때때로 음악 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매번 같은 음악 소리인데 흥얼거리듯 들리기에 가사가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

음악 소리가 머리를 울려서 두통이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4

어느새 해는 지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잠자리를 준비한다.

잠은 길지 않다.

밤 역시 길지 않다.

해는 금방 떠오르고 나는 여정을 지속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걷다 보면 또 다시 음악 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신기한 것은 하루를 멀다 하고 듣는 음악 소리인데

나는 그 노랫소리를 조금도 따라할 수 없다.



5

오늘은 무슨 일인지 날씨가 제법 거칠다.

비가 오고 번개와 함께 천둥도 치지만 나는 그래도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내 생명력은 어디까지 인가 시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나는 여정 중에 있어야 한다.

이 여정을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출 것임을 나는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머리에 울리는 음악 소리가 그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6

나는 믿는다.

이 여정을 멈추고 더 이상 이 음악 소리가 머리에 울리지 않을 때

모든 시간은 멈춰버리고 내가 있는 이 세상은 무너질 것이다.

비록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서있지만 결코 홀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 음악 소리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7

나는 이 노랫소리를 따라 부를 수 없기에

이 노래는 누군가 나를 위해 부르는 것이라고 믿는다.



8

이 노래가 언젠가 그만들리게 될 날이 올까?

혹은

언젠가 나 스스로 이 여정을 멈추게 될까?



9

나는 100% 확신한다.

둘 중의 하나라도 멈추는 순간

모든 시간은 멈추게 되고 이 세상은 완전하게 무너질 것이다.



10

나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니 부디 그 노래를 계속해서 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