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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웅 Mar 21. 2017

OH MY WONDER

'햇님'과 '나'의 기억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저 또한 많은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죠.

오늘은 그 중에서도 '햇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아. 그런데  하필 왜 '햇님'이라는 단어를 쓰냐구요?

물론 제가 지칭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구를 향해 항상 자외선을 쏘아대고 있는 우주 태양계에 속해 있는 그 '태양'이 맞는데요. 

그 이유는

글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해'가 저의 'Wonder'였던 순간들을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저만의 '햇님'에 대한 기억.

한 번 들어보실래요?





첫 번째 '순간'


때는 2004년. 1월. 정말 추웠던 한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안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저는 학교친구이자 동네친구의 권유에 따라 나름 '엄청난' 계획을 세웁니다.


그것은 집으로부터 구일역까지 안양천을 통해 걸어갔다오는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새벽 4시에.


안양에서 구일역까지의 거리는 대략 처음 이 '겨울산책'을 했을 때 소요된 시간이 왕복하여 5시간 정도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뜀'과 함께하니 1시간 30분까지도 줄여는 지더군요)


그러니까 새벽 4시에 출발하면 집으로 돌아오면 아침 9시즘 되는 겁니다.


그런데 보세요.

한 겨울인 1월에 새벽 4시에요.

추위가 상상되시죠? 

심지어 겨울은 해가 늦게 뜨는데다 해 뜨기전이 가장 춥다는 말처럼 그 엄청난 추위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가장 추웠던 어느날에는 오로지 챙겨온 '귤'을 까먹겠다는 일념으로 찬 공기를 피해 

구일역 근처에 있던 아파트에 들어갔었는데요. 그 때 제 얼굴과 손을 보고는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죠

( '찬 공기'에 오랫동안 살이 노출되면 살의 색깔이 '회색빛'으로 변한답니다 )


이즘하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네 바로 '햇님'의 위대함, 그리고 그 소중함이 여기에 있어요.


해가 하늘에 뜨고 눈이 보이는 순간

날씨가 순식간에 따뜻해지거든요


'햇님'이 주는 따스함을 온 몸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을 수가 없어요.

항상 구일역에서 집이 있는 안양 쪽으로 도착하면 볼 수 있었던 그 '햇님'... 그것은 나의 'Wonder'입니다.






두 번째 '순간'


때는 2006년, 혹은 2007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가 2006년 8월 22일에 입대한 후 자대를 배치받고 100일 휴가를 나가던 날 아침의 기억입니다.


상상해보신다면 벌써 답은 나왔죠?

그래도 이야기를 해보죠.

 

제가 자대로 배치받은 소대는 당시 약 25명~30명이 생활하던 구식 생활관이었습니다

물론 이등병인 저는 제일 안쪽 구석탱이에 2명 자리에 동기 3명과 함께 자곤했었죠.

(동기가 얼마나 잠꼬대가 심한지 항상 눌려자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많이 아시다시피 군대에선 이등병이 100일 휴가를 나가는 날에는 '선임'들이 엄청 챙겨줍니다.

일단 '전투화'에 빛이 나도록 닦아주죠. 휴가용 '군복'또한 다리미로 '각 잡힌 줄'을 딱 잡아줍니다.

(아쉽게도 100일 휴가 전 이미 소대 내 '다리미'당번의 후계자였던 저는 제가 직접 잡았습니다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고선임'의 잠자리인 'TV 바로 앞, 단독자리'에 잘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항상 불침번 문제로 긴장하고 자는데도 불구하고 이 날만큼은 긴장을 풀고 자게 됩니다

(왜 불침번 문제로 긴장하냐면... 앞 불친번인 선임이 깨울 때 그야말로 지나가면서 옆사람도 들리지 말까한 소리로 깨우기 때문이거든요. 그 작은 소리에 반응하여 바로바로 일어나야합니다 - 이것도 미스테리인게 '잠'이 진짜 지금도 많은 제가 선임이 깨우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여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쓰면서 '반성'되네요 )


더 놀라운 일은 기상나팔 소리가 울리기 1시간 전에 저의 눈이 자동적으로 떠졌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4.5초라고 불리는 짧은 휴가이지만 최대한 휴가시간을 확복하기 위해 나갈 준비를 빨리 해야하거든요)


그런데 이 '순간' 제게 다음과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바로 생활관 창문에 걸쳐있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제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그 햇살과 그 햇살이 바꾸어놓은 생활관 안의 공기가 주는 느낌은 제 기억과 제 신체 속에 완벽하게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그 장면이 마치 사진처럼 찍혀있다고 해야할까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햇살이 생활관을 둘러싸는 그 광경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그 광경을 저는 'Wonder'라고 부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잊지 못할 '순간'들

당시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이 세상에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있다면, 즉 그렇다는 것은 이 세상은 언제나 'WONDER'로 가득차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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