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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서 Aug 14. 2018

거짓말을 유머로 넘기는 지혜

<피노키오> - 카를로 콜로디

4월 1일 만우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다행히 이번 만우절은 일요일이었지만 평일에 만우절이라면 꼭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면 막상 생각했던 반이 아닌거지요. 순간 놀라서 "어? 미안 반을 착각했어"라고 말을 하면 그 모습 하나를 보겠다고 기다렸는지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습니다. 

곧바로 반대 반에서 저처럼 선생님이 머리를 긁적이며 나오시면 우리도 서로 쳐다보고 웃지요. "귀찮다. 그냥 그럼 너네반 국어 수업 할래. 대신 숙제 낸거 니들이 대신 내. 안내면 운동장 뛸거야." 아이들이 일제히 "헐~"합니다.

이런 일을 대충 받아쳐줄 능글맞음과 유머 정도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디즈니 만화로 유명한 <피노키오>를 소설로 보셨는지요? 소설에는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벌을 받게 된 장면이 나와 있습니다. 요정들에게 말입니다.


“지금 그 금화 네 개를 어디다 두었니?” 요정이 물었어.
“잃어버렸어요.”피노키오가 대답했어.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지. 돈은 호주머니 안에 있었어. 거짓말을 하자마자 원래부터 아주 길었던 피노키오의 코가 손가락 두 개만큼 더 늘어났어.(……)
“왜 웃어요?” 갈수록 길어지는 코 때문에 겁이 나고 당황한 피노키오가 물었어. “네가 한 거짓말 때문에 웃는 거야.” “내가 거짓말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피노키오는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든지 숨고 싶었어. 방에서 빠져나가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코가 너무 길어져서 방문을 빠져나갈 수 없었거든.     


 맞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만우절이 아니라도 이렇게 뻔한 거짓말이 눈에 보이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정직하지 못한 아이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코가 길어지듯 뻔히 보이고 또 그에 아이들은 또 옴짝달싹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피노키오의 거짓말에 깔깔대고 웃는 요정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또 교사인 저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피노키오처럼 말썽쟁이에 장난꾸러기인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순간을 넘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도 당연하고’란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정직’이란 잣대로 요정들이 피노키오의 볼기짝을 한 대 후려쳤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마 피노키오는 부끄러움을 모른 채 마구 화를 냈을겁니다. 그럼 적반하장이라며 또 요정들은 볼기짝을 후려쳤을까요?


 저는 만우절처럼 거짓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유와 유머스럽게 받아서 돌려주는 마음이 교사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은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직을 가르치는 건 중요하지만 거짓말은 부끄럽다는 걸 가르치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화를 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장난꾸러기들은 반발을 하게 마련입니다. 


 발렌타인데이, 블랙데이 등 기념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지한 삶에 이벤트와 같은 날은 유머스러움을 찾는 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짓말을 하는 만우절이 문득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최근엔 할로윈 데이도 우리나라에 꽤 자리를 잡아서 얼굴에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저건 이상해! 거짓말은 안돼!”란 잣대로 혹시 일상에 유머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요? 


 당연히 일어나는 아이들의 거짓말, 유머로 받아준다면 조금 더 부드럽게 학생들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이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현탁아 뻔히 보이는데 왜 쌤한테 뻥을 쳐~ 다시 원래대로 해놔라잉~” 

거짓말이 잘 순화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고자 제 입에 밴 일종의 습관입니다.  

내년 만우절도 뻥쟁이 아이들의 신나는 뻥을 즐겨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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