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단순화하라

일잘러의 한 가지 원칙

by 차준영
조직의 위계 서열에 적응해 온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 증명을 위해서라도
본능적으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법입니다.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소름 끼치도록 공감되는 말이다. 그리고 반대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해보려고 한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일수록 존재 가치를 꾸준하게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일을 단순화하고 명료하게 만드는 사람일수록 이미 존재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라는 반대를 생각해 본다.


<Starbase Tour with Elon Musk> 프로그램에서 테슬라 일론머스크의 인터뷰를 봤다. 엔지니어의 업무 프로세스로도 유명한 인터뷰인데, 그 결이 송길영 작가의 한마디와 일맥상통한다. 일론머스크는 다섯 가지 프로세스를 말한다.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하라.

2. 필요 없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는 제거해라.

3. 설계를 단순화, 최적화해라.

4. 생산 속도를 높여라.

5. 자동화해라.



모든 과정이 일을 단순화하고 애자일 하게 추진하기 위한 프로세스다. 궁극에 가서는 자동화를 통해 '하지 않아도 일이 되는 수준'까지 닿는다. 일론머스크의 업무 철학은 효율이다.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복잡 미묘하게 돌아가는 일은 극한까지 단순화하고 빠르게 실행하면서 결과를 생산해 내는 일. 누군가 효율의 철학에 반대할지 언정 일론머스크가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들을 쉬이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까다롭다는 S 프로젝트를 갓 들어온 A 대리가 맡게 됐다. 모두 기피하던 일이다 보니 아무것도 모른 채 A 대리는 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년쯤 지났을까. S 프로젝트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고, A 대리는 해당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A 대리가 과장이 되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업무 조정이 필요하여, 업무가 체계화되었다고 느꼈던 S 프로젝트는 B 대리에게 인수인계 됐다. 그런데,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S 프로젝트는 이슈에 휘말리다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 사실 S 프로젝트는 여전히 까다롭고 어려웠고, A 과장 나름의 효율화 업무 프로세스가 주효했다.

S 프로젝트가 까다로웠던 이유는 크게 높은 업무량과 까칠한 담당자였다. 업무는 해야 할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구분과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화했고 까칠한 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한 수준으로 대응 후, 감정적이거나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상사에게 이관하여 명확한 업무 분담을 했다. A 과장은 S 프로젝트에 '해야 할 일'만 남김으로써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설계한 셈이다.


당시 S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매출 규모 Top3의 고객사였다. 일을 명료화하고 빠르게 추진하여 <결과를 만드는 것>이 결국 A 과장이 굳이 나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일론머스크 역시 말뿐이 아니라 테슬라라는 다국적 수송 기업을 이끌고 있으며, 특히 화성으로 가겠다는 큰 포부의 스페이스쉽과 전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비전의 스타링크 등 '결과'로 일론머스크 스스로를 입증해나가고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결과'가 없는 사람은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결국 결과가 나오기 힘든 상황을 전제하고 가정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정당하다고 말한다. '결과'를 가진 사람은 말이 없다. 묵묵히 그냥 자신의 길을 걷는다. 완벽함보다 부족함이 낫다는 말이 있다. 부족해도 꾸준히 체계화하고 단순화하면서 결과를 만들면 우리는 스스로 증명이 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일'이다. 비단 회사 업무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휴가 계획을 짜는 것도 핸드폰을 구매하는 것도 모두 일이다. 그리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첫 번째 단추는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비단 공중 폭파하는 스페이스 X라도 안 하는 것보단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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