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유행 타면 벌어지는 일.txt
IT 출판사에 입사한 문창과생이 직무를 이해하려 제일 먼저 집어 들었던 책은 편집자란 무엇인가(김학원, 휴머니스트),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배수원 외 3명, 투데이북스) 등 당시 주니어 편집자를 위한 교과서라 불리던 책들...은 아니었고 윤성우의 열혈 C 프로그래밍(윤성우, 오렌지 미디어)이었다.
Tip - 문서 작성 시 책을 언급할 때는 겹꺾쇠표《 》로 감싸야 한다. 여기서 감싸지 않은 이유는 귀찮기 때문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한자] 키를 눌러 하나하나 찾은 다음에 붙이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가급적 편집자에게 원고를 넘길 땐 기호들을 꼼꼼히 챙겨 주시거나 책을 언급 안 했으면 좋겠읍니다 슨생님들.
C 프로그래밍이란, 프로그래밍 언어 중 'C 언어'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뜻하며, 두산백과에 따르면 C 언어란 ASCII 코드 체계로 영문 소문자 집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함수의 정의문들을 집합으로 구성하고 있고 분할 컴파일러 어쩌고 저쩌고 아 그런 거 모르겠고 컴공과 1학년들에게 내 길이 이 길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언어로 유명하다. 그만큼 근본 언어란 말이다. 근본이 없었던 나는 그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고 아직도 책장에 꽂아만 두고 있다. 당근에 팔아야겠다.
그렇게 쉬운 언어를 찾아 구글을 수소문한 끝에 요즘 유행한다는 언어 파이썬{python}과 마주했다. 지금은 데이터분석, 인공지능 모델링의 언어로 자리잡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이썬은 '초보자와 학생을 위한 시작 언어'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인트로부터 혀가 왜이렇게 기냐면 당시 공부한 파이썬을 현재 앱 개발 사이드 프로젝트에선 1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공부를 하겠다고 언어 책부터 냅다 산 자의 최후는 당근 거래뿐이다. 책을 사기 전에 "이 책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요?" 또는 "니가 만드려는 것에 정말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라고 알려줬더라면 겪지 않았을 시행착오를 이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시작하기 앞서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만지고 보고 듣는 모든 완성된 제품 · 서비스는 여러 부서가 협업한 결과라는 것이다. 가령 지금 이 글을 치고 있는 애플의 키보드([한자] 키가 없는)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제조사, 마케터, 유통사 등등 수많은 협력 부서와 업체 덕분에 지금 내 손에서 고통받게 되었다. 웹/앱도 마찬가지다. 개발자 혼자 파이썬이니 C 언어니 하는 것들로 뚝딱! 하면 완성하는 게 아니라 기획자가 뼈를 만들고 디자이너가 살을 잘 빚으면 개발자가 피를 돌게 한 다음 마케터가 머리를 묶어서 내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고 나면 알아서 살아가지도 못한다. 잘 살고 있는지 기획자가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면서 호감형으로 업뎃시키면 디자이너가 다시 빚고, 탈이 나면 개발자가 고쳐줘야 한다.
따라서 혼자 서비스 하나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면 이들의 역할을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한다. 이걸 몰랐던 나는 냅다 개발부터 하겠다며 책을 사서 당근의 온도나 높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는데...
그래서 혼자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을 했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들(왼쪽)을 알아야 하고 그에 맞는 도구들(오른쪽) 필요하다.
* 각 도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후 단계를 하나씩 설명하는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대충 그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뜻
1. 아이디어 및 기획 (UX) - 기획을 위한 갖가지 방법론과 무수한 부수 도구들
2. 디자인(UI) - 피그마, 스케치, 어도비 XD 등
3. 개발(DEVELOPMENT) - JavaScript, C 언어, 파이썬, 자바, Swift 등
4. 품질 관리 및 유지·보수 - 구글 애널리틱스, 젠킨스, 깃 & 깃허브, 각종 문서 도구 등
여기서 흥미진진한 점은 이 4단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1로 돌아갔다가 2로 돌아갔다가를 무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언급한 도구는 새발의 피지만, 이 모든 걸 익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택 1해서 한 우물만 팔 수도 있고 여기저기 다 파헤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로 한 우물만 팠다가 세상이 바뀌면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 그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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