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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엄마 Sep 14. 2024

아부라 모찌의 추억




천년 된 노포에서 모찌를 먹다

     

일본 교토의 ‘이찌몬자야와스케’ 노포는 잊을 수 없다. 일본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이곳은 무려 10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숯불에 구운 찹쌀떡을 파는 가게다. 이름하여 ‘아부라 모찌’다.      


이곳에 가려면 먼저 일본 교토의 이마미야 신사를 찾아가자. 신사를 둘러보고 출구로 나가면 길 양편에 서로 마주 보는 두 노포가 있다. 한 집은 1000년, 한 집은 600년 된 곳이다. 두 곳 다 ‘아부라 모찌’만 판매한다. 찹쌀떡을 숯불에 구워서 된장을 곁들인 조청 같은 꿀에 발라 먹는 모찌이다. 1인분에 10꼬치가 나온다. 5000여 원이다.      


감자 가족은 1000년 노포인 ’이찌몬자야와스케‘ 앞에서 줄을 섰다. 실내에 순서가 오질 않아 야외 마루에서 녹차와 모찌를 맛보는 예식을 치러야 했다. 이를테면 야외 테라스에서 모찌를 시식한 셈이다. 덕분에 모찌 노포 두 곳의 역사와 전통, 고유한 분위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우리 식구처럼 가족끼리 나들이 온 팀들이 많았다. 하지만 홀로 온 중년 남자도 있었다. 그는 내내 조용히 녹차와 아부라 모찌를 음미한 후 가방을 챙겨서 한가하게 자리를 떠났다. 갓난아기와 부모, 조부모가 모두 예복을 입고 우르르 몰려와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성당에서 아기 세례식을 치른 가족 같았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장소라기보다는 일본인들의 일상 속 성지 같았다. 어릴 적 동네 모판에서 떡을 사 먹던 추억을 찾아 다시 오는 곳 말이다. 이런 전통적인 장소를 유지하는 게 일본의 힘이 아닐까. 작고 거창하지 않은 것을 작지만 거창한 것으로 유지 관리하는 힘 말이다.     



모찌의 맛은 단짠단짠 한 소스 덕에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 음식의 맛이 그러하듯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대단할 것 없는 단조로운 메뉴이다. 하지만 녹차 한 모금이 주는 힐링의 순간이 모찌의 맛을 고차원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일본식 다과(茶果)의 본향에 다녀온 것이다.


천년 노포 '이치몬자야와스케'의 옛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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