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2815859
브런치 매거진 「노포를 찾아서 미식 여행」을 책으로 출간했다. 제목은 『감자 가족의 맛 여행기』.
이 책은 감자 가족이 여행하며 맛본 아시아 3개국 5개 도시(교토‧오사카‧나라‧베이징‧하노이)의 노포 미식에 대한 이야기를 조촐하게 담았다.
노포와 노포 미식은 거의 대부분 오랜 시간을 이겨온 굴곡진 역사를 갖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다닌 노포들도 세월의 풍파에 아랑곳없이 굳건히 버티는 고목처럼 단단한 위상을 자랑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부심이 있었고,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절제가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노포는 가장 낡았지만, 가장 진솔한 현재를 파는 곳”이라고. 노포는 그 가게가 겪어온 세월만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이야기를 먹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노포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 년 전통을 자랑하는 교토 「이치몬지야 와스케」의 아부라 모찌, 백 년 된 오사카의 오므라이스 원조 노포 「북극성」, 육백 년 된 베이징 「편의방」의 베이징 까오야, 청 황실 디저트인 삼부점을 보존해 온 베이징 「동화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세를 탄 하노이의 쌀국수 식당 「퍼텐리쿽수」, 베트콩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콩 카페」, 80년 된 에그 커피의 본향 「카페 지앙」 등 각 나라의 노포는 노포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백 년 천 년의 기억과 현재가 만나는 장소다웠다.
일본의 노포는 은밀하다. 단정하고 정갈한 일본미와 맛을 살려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그 바탕에는 일본의 쇼쿠닌 문화가 있다. 쇼쿠닌은 특별한 기술을 가진 기술자, 장인을 뜻한다. 쇼쿠닌들은 중세시대 영주로부터 세금을 면제받는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발전했다. 대대로 가업을 이어가며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다. 일본이 백 년 이상 된 노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이유이다.
중국 베이징의 노포(노자호, 老字號)는 떠들썩하고 화려하다. 정부기관이 전국의 100여 년 이상된 노포를 ‘중화노자호(中華老字號)’로 인증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베이징 천안문 광장 남쪽 「전문대가」는 유명 노자호들이 있는 곳이다. 명청 황실에 공납품을 올리던 길목에 위치한 동네를 재현한 상업지구이기도 하다. 이곳 음식 노자호들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노포 요리들을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게 하고 있다. 베이징을 미식 도시로 만드는 핵심지이자 중국 정부 정책의 글로벌 성공사례가 아닐 수 없다.
베트남 하노이의 노포는 정겹다.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점부터 역사 현장을 그대로 간직한 유서 깊은 가게까지 문화적 다양성을 뽐냈다. 오랜 식민 시대를 겪은 나라 특유의 강한 인내심과 독자적인 융합력이 노포 음식 문화에 녹아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쌀국수의 맛, 프랑스 바게트를 베트남 샌드위치로 탈바꿈시킨 ‘바인 미’ 등의 맛에 그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노포 미식은 메뉴의 변화가 거의 없다. 요즘같이 트렌드 변화가 심한 시대에 역행하는 음식이다. 노포 미식은 단순함의 미학을 간직하고 있다. 복잡한 조리법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단순한 식재료와 전통적인 조리법을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백 년, 천 년의 맛을 단 한 번 맛보기로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 맛의 뿌리를 쉽게 가늠키는 어렵다.
감자 가족은 짧은 일정의 조촐한 여행에서 궁금했던 노포 미식들을 맛보았다. 글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그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노포 미식 여행은 자칫 소비와 과시에 빠지기 쉬운 획일화된 여행을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여행에서 노포 미식들을 찾길 바란다. 그 나라 일상에 뿌리를 둔 간결한 한 그릇의 음식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음식은 눈을 즐겁게 한다. 감자 아빠는 그 즐거움을 사진에 담았다. 맛있는 사진을 찍어준 감자 아빠 오일환, 고마워요. 감자 아빠는 미식 노포 방문 코스를 기획하고 여행 동선을 짜는 수고도 해주었다. 덕분에 짧은 여정에도 알토란 같이 알차게 노포 관광과 미식을 즐길 수 있었다. 감자는 구글 지도와 파파고 등을 열심히 검색하며 우리의 동선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끄는 수고를 해주었다. 고마워. 감자 덕분에 감자 가족의 여행이 매우 편했어요.
천년 전통의 교토 아부라 모찌에서 시작한 노포 미식 산책을 20여 년 된 하노이 콩 카페의 커피 한 잔과 함께 마무리했다. 이 조촐한 여정은 노포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해주었다. 노포란 “현재를 넉넉히 껴안게 도와주는 옛것”이 아닐까. 노포의 존재감은 감자 가족의 여행을 맛있고 멋있는 산책길로 이끌어 주었다. 앞으로도 감자 가족의 노포 미식 산책은 이어질 것이다. 좋아하는 옛것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우리의 일상을 진정 풍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