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65
벽돌시리즈 육십 오 번째
모든 이가 정보의 바닷속에 살고 있다. SNS와 기술의 전반적인 발전으로 인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자기만의 콘텐츠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지식은 더 이상 높으신 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가 모르고 있거나 혹은 아는 것을 토대로 배우고 키워나감으로 나를 성장시키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된 시대의 축복은 과거 토마스모어가 생각하던 유토피아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본다.
다만 그만큼 비례하여 가짜뉴스와 오류, 거짓정보 또한 많이 노출되고 있어서 위험한 세계를 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발발한 전쟁들을 보노라면 정치체제를 넘어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국가의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깨닫는다. 그 판단을 깊게 들어가면 결국 잘못된 정보나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편향적 사고방식에 기인하여 결국 모두가 고통받는 선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그 사람"을 보노라면 어디서 기어 왔는지 모르는 정치철학자 두긴이라는 사람의 국수주의에 빠져서인지, 아니면 그냥 다분히 정치적인 노림수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무엇이 됐든 간에 판단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집을 떠나야 하는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케케묵은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일들을 민간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국가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한 사람의 결정. 즉 결국엔 개인이 내리는 판단은 위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판도는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삶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뿌리를 보노라면 결국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 내에서 내린 판단들이다. 그러기에 민주사회에서도 개인 표현의 자유가 당연시되지만 반대로 미꾸라지 물 흐리듯 책임자가 누구든 간에 왜곡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공개적으로 할 수가 있다.
만약 한 사람 혹은 기관이 사회에서 신뢰받는 직업이거나 힘이 있다면 일반 대중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거나 당연함을 넘어 심지어 신봉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나는 어떤지 돌이켜보면 나 또한 오류투성이고 기존에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몇몇 정보들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가끔 모임 내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누군가 우리나라와 북유럽복지국가를 설명하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갖춰야 할 환경에 대해 말씀한다.
나도 예전에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을 굉장히 부러워하고 그들을 우리나라의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딱 보기에 완벽한 사회라고 생각했으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 결과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구나라는 교훈을 여기서도 배우게 되더라. 공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를 찾아봤던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나라가 부러워하는 교육모델의 국가에서 그 교육을 받고 있는 대상들이 불행하다는 것을.
일단 내가 논문까지 일일이 찾아보고 그런건 아니라서, 내가 또 틀린 정보를 재생산해낼까 문득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 말해보자면 핀란드 청소년의 자살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비타민 D가 부족한 북유럽 쪽의 기후 때문인지 아니면 노키아 사태로 인해 괜찮은 척하지만 우리나라 IMF때의 가정환경처럼 여전히 극복을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문화적으로 딱딱하고 진지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원인도 있더라.
아무튼 우리가 책을 읽고 혹은 인터넷을 통해,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얻을 때, 이런 정보의 바다 아니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배우고자 하는 지적욕구도 중요하지만 덩달아서 책임과 정보에 대한 사리분별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지 않나 싶다. 흔히 알고 있는 마시멜로우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짐바르도의 감옥실험 같은 여러 심리학적 연구들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거나 후속연구를 살펴보면 초기와 정말 다르거나 결과값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해는 간다. 시간은 없고 귀찮기도 하고 그러니 필요한 정보만 쏙쏙 얻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만 정보접근에서 적어도 내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들은 보다 더 에너지가 필요하고, 보다 더 관심을 가지며 거시적인 관점으로 앞뒤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책 한 페이지만 보고 책 전체를 알 수는 없듯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다 읽어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보라는 것은 때론 몇 문장, 몇 페이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상당히 많다. 전문적인 정보나 심도 깊은 내용을 접근하고자 하면 책 한 권을 읽어볼 심산으로, 아니면 논문 몇십 페이지를 읽어볼 정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대학원에 들어와 또 새삼 느낀다. 처음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다가도 결과가 전혀 다르거나 아니면 결과는 같더라도 산출과정이 완전 정반대일 때도 많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한 판단능력인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는 지금 느낀 점은 정보도 결국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만 다가가는 생물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보는 어떻게 보면 공짜가 아니다. 이 말은 즉슨 온전히 알려면 유심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짜 혹은 그에 근접한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끝으로 개인의 판단이 위에 서술하듯 높은 위치에 있다면 국가 전체를 중대한 위기로 빠뜨릴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서 작디작은 나 자신의 개인적 일상들에서 혹은 삶에서 도전이라 생각되는 상황과 계획에서도 자기 판단의 중요성은 여전히 동일하다. 도시가 폭격에 쑥대밭 되듯 자기 자신의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게 된다면 나로 끝날 문제들도 오히려 지인과 친구,가족 더 나아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