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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Nov 27. 2023

받아들이기 어려운 3가지

너에게 무슨 얘기를 해주면 좋을까 망설이다가 최근에 내가 느낀 일들을 알려주는 게 제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즘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실은 나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어려워.


일단, 쓴소리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 아무리 나를 위한 말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래서 예전에는 들은 척만 하고 흘려 넘긴 적도 많았어. 내가 잘못한 일임이 분명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 나를 잘 봐줬으면 했던 것 같아. 아무에게도 아쉬운 얘길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그게 불가능하잖아. 특히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말이야. 한동안 상사가 주는 피드백을 바로 수용하지 못하고 내가 맞다고 끝까지 고집 피우는 바람에 고생한 적 있었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게 내 손해라는 것을 알게 됐지. 피드백을 바로 수용해 고쳤던 동료들이 더 신임을 얻고 많은 기회를 잡고 승승장구 하더라. 


상사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면 내 주장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고민 했었는데, 그건 수용하기 싫어서 했던 핑계에 불과했어. 오히려 나보다 더 큰 시선으로 내 업무에 의견을 제시한 상사의 말이 맞았던 적도 많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쓴소리를 받아들이려고 많이 노력해.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무시했다면 이제는  같이 일을 잘해보자고 전하는 의견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난 뒤부터 상사와의 관계도 괜찮아진 것 같아.


쫄보야, 세상 사람들 중 누가 쓴소리 좋아하겠어? 쓴소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몰라. 근데 진짜 웃기게도 나는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워해. 얼마 전에 같이 운동하는 분이 내게 안부를 건네며 여러 번 칭찬을 했는데 나는 연달아 그 칭찬을 거절했단다.


“진짜 열심히 하시네요.”

“아니에요~”

“이렇게 꾸준히 하시다가 완전히 마스터하시는 거 아니에요? 나중에 강사 하셔도 되겠어요.”

“아니에요~”

“왜요 잘하시는데요.”

“아휴, 아니에요.”


나는 연달아 아니라고 손사래를 저었어. 그러자 칭찬을 이어가던 상대가 머쓱해하며 대화를 멈추고 자리를 뜨더라.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누군가의 칭찬에 ‘아니에요’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아. 처음엔 겸손하게 행동하려고 썼던 말이었는데 돌아보면 내가 나 스스로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그 칭찬을 들을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우먼이 이런 얘기를 했던 것이 기억나. 소개팅을 할 때, 상대가 자신을 칭찬해 주면 그게 어색해 견딜 수가 없어 빨리 자신을 망가뜨려서라도 웃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쓴소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칭찬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그렇지만 계속 아니라고 말하는 게 좋은 것일까? 그게 진짜 겸손한 태도일까? 더 이상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상대의 칭찬을 계속 부인하는 태도가 더 실례인 것 같아.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 나에게 좋은 얘길 해주면 감사하다고 말해. 그리고 그 호의를 최대한 느끼려고 노력하지. 그러면서 내가 나를 인정하는 연습도 하게 된 것 같아.


쓴소리와 칭찬에 이어서 내가 제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거야.


특히 나는 내가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그래서 큰 도전을 하기 두려워해. 만일 실패하면 어쩌지가 내 머릿속에 가득하지. 그게 단지 내 생각일 뿐인데도 마치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다는 냥 생각을 곱씹어. 변화를 원하면서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도전을 하기가 어렵지. 도전을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을 아는데 그 노력이 힘들까 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해. 그러면서도 욕심은 많지.


내가 발견한 이 모든 것이 정확히 내 모습이야. 쫄보 그 자체.


근데 나한테도 좋은 면이 많아. 늦게 결심을 해도 끝까지 노력해. 결과가 어찌 되었든간 나는 끝장을 볼 때까지 꾸준히 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나에게 솔직해. 그리고 최대한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 예전에 비해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도 장점이야. 나의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고 있어서 오히려 개선하기 쉽지. 안 그래?


쫄보야. 오늘 너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말이야. 쓴소리도 좋은 칭찬도, 너 자신에 대한 생각들도 받아들이려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걸 받아들여야 더 나은 쪽으로 성장할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쉽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 너도 나만큼은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또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자주 바라보렴.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모든 것을 수용하는 마음의 크기가 자라날 거란다. 그래야 우리가 더 나은 쫄보가 되지 않겠니. 


그럼 또 얘기하자.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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