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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Dec 04. 2023

오늘도 긴장하고 있다면

아직 월요일일 뿐인데 어깨가 뻐근하고 목이 뻣뻣하니? 점심때 해치운 국밥이 아직도 소화가 안되어 괜히 먹었나 싶지 않니? 무엇인가 모르지만 늘 쫓기는 듯한 기분이야? 그러면서 동시에 기운이 없어 오늘도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셨니?


만약 네가 나와 비슷한 쫄보라면 넌 오늘도 아주 긴장한 채 하루를 보냈겠구나. 나도 알아. 퇴근하기 직전까지 머릿속이 너무 바쁘고 어지럽다는 거. 쉬면 좀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퇴근 후에도 근육에 남아있는 긴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잠들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 


내 애길 좀 해볼까? 어릴 적에 나는 피아노 대회를 종종 나갔었어. 무대에 설 때마다 아직도 다리를 덜덜 떨리던 기억이 선명해. 엄청 긴장했었어.


대회를 나가려면 소나티네 한 곡을 전부 외워서 쳐야 했는데 나는 늘 중간에 악보를 잊어버리고 멈춰버릴까 봐, 건반을 잘못 눌러 틀릴까 걱정했었어. 불안에 휩싸여 대회를 나가기 전까지 날마다 마치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연습을 했는데 그런 식으로 몇 시간 연습을 하면 어깨와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풀리지 않았어. 나는 그런 긴박한 느낌과 근육의 쫄깃함이 집중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긴장하는 것이 곧 집중하는 건 아니더란 거야. 긴장은 그냥 긴장인 거야. 물론 각성된 상태라서 실수를 덜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오래가질 않는단다. 긴장한 상태로는 어떤 일을 원하는 만큼 하기가 힘들어. 왜냐면 긴장은 체력을 엄청 낭비하게 만들거든. 그리고 제일 좋지 않은 건 그게 습관이 된다는 거야. 


피아노 대회를 안 나가게 된 지 엄청 오래 지났는데도 나는 마치 당장이라도 내일 대회에 나갈 것처럼 여전히 긴장해. 집중을 하면 긴장해 버리는 게 습관이 된 거지.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그 긴장감이 목과 어깨를 팽팽하게 만들어.


긴장은 그렇게 습관처럼 몸에 남아있어. '집중해야 해'라는 신호가 입력되면 내 몸은 그걸 '긴장해'라고 받아들이고 신경이 곤두서거나 몸 구석구석이 굳어버려. 특히 무엇인가 잘해보고 싶을 때 더 그러는 것 같아.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지, 이걸 완벽하게 해내야지 같은 생각을 할 때면 긴장을 하게 돼. 


근데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오히려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의 긴장하게 하고 내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어. 그러다가 실수를 하게 되고 다시 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긴장을 하게 되지. 


만약 너도 나와 같다면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려고 노력해 봐. 심장을 저리게 만드는 카페인을 줄이고 심호흡을 하렴. 그리고 매번 어떤 일을 하는 중간 사이에 너를 위한 10분 정도의 휴식을 가지렴.


그런데도 너무 긴장된다 싶을 때엔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을 내려놓기를 바라.악보를 좀 잊어버리면 어때, 그냥 되는대로 하렴. 그래도 괜찮아. 모든 일을 꼭 시험을 보는 것처럼 할 필요 없으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네 긴장이 바로 풀리진 않을 거야. 여전히 나도 긴장하는 것과 집중하는 것의 차이를 잘 몰라. 근데 모든 건 시간이 필요하단다. 단번에 무엇을 다 해내겠다는 생각을 멈추고 ‘언젠가 되겠지’라는 문장을 몇 번 읊조려 보렴. 


쫄보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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