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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Dec 10. 2023

그렇게 생각하면 늙는다

요즘 제일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나이 든다는 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슬슬 얼굴에 주름이 지고 그 주름이 도무지 펴질 생각 없을 때 그래. 너도 그렇니? 이제 곧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데 그것도 썩 내키지 않아. 그래선지 요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


그러던 중 이런 일이 있었어. 나는 한 달 전에 다녀온 가족여행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때 못다 한 투어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


“전 액티비티 좋아해서 래프팅이랑 화산 투어 해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나이가 있으셔서 못했어요. 제가 래프팅은 괜찮을 거 같아서 하시면 어떻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부모님이 한 마디 하셨거든요. “


“뭐라고 하셨는데요? “


“넌 아직도 우리를 너무 젊게 생각한다고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제가 넘 부모님 나이를 고려 못했구나 싶었죠.”


실제로 여행지 가서도 두 분이 4-5시간에 걸친 투어에 많이 힘들어하셨어. 그때마다 '우리는 이제 어디 좋은 데서 앉아있는 게 최고'라는 말을 하셨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행보다는 휴양을 할 수 있는 리조트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나는 다시 말을 꺼냈어.

“부모님이 그렇게 나이가 드셨다는 걸 생각 못했네요.”


곧이어 “부모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왔고 나는 답했지.


“60대 초반이세요.”


“어머! 그것밖에 안되셨어요? 세상에. 나는 한 80대쯤 되었겠구나 생각했어요.”


나와 맞은편에 계시던 분은 그렇게 말하며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60대 이상의 삶에 대해 얘기해 주셨어.


“저희 부모님은 90대이신데 아직도 정정하시고 아침마다 주식하면서 보내세요. 또 여기 계신 원장님 한 분은 하루에 수업 3개를 거뜬히 하세요. 얼마 전에는 같이 서핑하러 다녀오기도 했는걸요?”


그 말에 정말 깜짝 놀랐지 뭐야. 60대 이상의 삶은 너무 한정 지어 생각한 탓에 나는 그 정도 나이라면, 온종일 어딘가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했거든.


“60이면 한창 젊을 때지.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그날 이후 나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면 60이 얼마나 젊은 지를 늘어놓으며, 심지어 서핑도 할 수 있는 나이이니 절대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소리 해. 그러면 부모님은 그저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시지. 


근데 실은 나한테도 우리 부모님과 비슷한 구석이 있어. 나도 내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 왔거든. 그리고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지어서 생각했던 거 같아.


"이건 한창 때나 할 행동들이지”

“나도 너처럼 젊었을 때는 그랬어.”


이런 말의 습관이 든 지도 오래된 거 같아. 그렇게 나도 스스로를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더 나이 들면 어쩌나 무서워하고 있었어. 그러고 보니 나이 드는 게 무서운 이유가 지금보다 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삶을 살게 될까 봐인 거 같아.


근데 쫄보야, 나이에 따라 알맞은 행동이 있을까? 그리고 그런 걸 정할만한 사람이 있을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이 아니라면 나이가 들어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는 거 아냐?


그러면에서 요즘 '골든걸스'가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어. 커리어의 정점을 넘어서서 '디바'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네 명의 가수들이 다시 걸그룹이 되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행보를 한다는 게 말이야. 그 도전을 보는 것만으로 덩달아 신이 나는 거 같아. 


이런저런 계기로 이제 나는 더 이상 나이 든다는 것을 전처럼 보지 않기로 했어. 나이 듦에 대해 슬퍼하면서 할 수 있을 행동을 줄여나가는 대신 그 반대로 하기로 마음먹었어. 


오늘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네가 나이 들어서도 더 많은 일을 하는데 베팅했으면 좋겠어서야. 늙었다고 생각할수록 더 늙고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할수록 정말 많은 것을 못하게 된단다. 그러니 오늘 내 나이에 감사하며 하나씩 더 해보기로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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