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롱 Dec 13. 2023

스타트업의 매우 현실적인 브랜딩 - 브랜드 코어 만들기

작년의 일이다. 나와 함께 일했던 상사와 팀 원이 모두 떠났다. 총 4명이 함께 일했던 팀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나만 남았다. 그들은 떠나면서 모호한 말을 남겼다. 회사는 좋은데 나와는 맞지 않다는 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표와 자신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말이었다.


당시에 나는 그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들이 말한 불일치에 공감을 하지 못했다. 물론 함께 일하면서 팀이 내세운 결과물과 대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일이 번복되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일 년째 그런 모호한 방향성에 지친 상황이기도 했다. 팀이 붕괴되고 나서, 나는 다시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그러고 보니 나조차 회사의 방향성과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붕괴되기 전, 우리 팀은 브랜드를 담당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반년동안 내어놓은 산출물이 전혀 없었다. 왜냐면 그 산출물들이 매번 대표의 의견과 달랐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3년 동안 우리 회사는 동료 4명에서 시작해 20명이 되는 성장을 했다. 그 와중에서 실적이 우선이었고, 브랜드가 필요하다면 명함을 주고받기 위해 로고 이미지 하나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20명이 넘는 조직이 되니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처음에 우리는 그걸 ‘규칙’이라고 불렀다. 또 ‘기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규칙과 기준은 ‘방향성’이라는 말로 대체되었다. 중요한 일이 생기고 계속되는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우리는 규칙, 기준,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제대로 정리하질 못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정리하며 회사의 방향성을 잡는 팀인 ‘브랜드’ 팀이 생겨났다. 우아한 형제들에서 일부 차용해 온 사명 선언문을 대체하고 명함뿐만이 아닌 우리가 만드는 전 제품에 들어갈 비주얼적 기준을 세우는 일. 무엇보다 모두가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그런 브랜드 팀이 사라졌다. 나는 그간 정리해 왔던 것을 주워 담으며 대체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살폈다. 그 이후 그것들을 수정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확히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회사의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브랜드북을 만들 정도로 , 브랜드 코어를 비롯한 중요한 내용을 모두 정리가 되었다. 그간의 일들을 돌아보며, 오늘은 이 블로그에는 회사의 브랜드를 정리할 때 놓치기 쉬운 몇 가지에 대해서 남겨보려고 한다.




모든 팀원이 나가기 전, 브랜드 팀이 있었을 때 우리는 ‘브랜드 코어’를 잘 정리하고 나면 될 거라고 다시는 바꿀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브랜드의 목적은 정해진 기준이었고 그 기준이 바뀌면 계속 흔들릴 테니, 브랜드 코어는 한번 정해놓고 나면 절대 변할 수었는 문서로 남겨놓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 정말 무결한 브랜드코어는 완성이 되었다고 말할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수정을 거듭해야 한다. 그리고 그 완성의 시점은 생각처럼 쉽게 오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브랜드를 담당하는 실무진이 전문가라고 해도, 회사 대표는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브랜드 코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 회사 대표를 이해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회사의 브랜드를 다루는 실무진에게 부디 당부하는데, 브랜드 코어를 만드는 게 왜 중요한지 누가 찌르면 5초 만에 답변할 수 있도록 답을 외우게 다는 는 게 좋다. 비전과 미션이 왜 다르고, 코어밸류는 왜 정해야 하는지 등의 숱한 개념적 질문들이 실무에 앞서 많이 쏟아질 것이다.


브랜드 코어는 회사의 비전, 미션, 코어밸류, 태그라인을 포함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일컫는 말이다. 세상에. 시중에 있는 브랜드 책들이 너무 모호해 처음에 브랜드 코어를 정리하던 나는 이것을 정리하는데 너무 애먹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쉽게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브랜드 코어 = 회사의 정체성]

1) 비전 - 왜 우리 회사는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먼 미래에 우리 회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2) 미션 -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당장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3) 코어밸류 -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4) 태그라인 - 우리 회사를 메인 카피라고 할 때, 서브 카피는 무엇인가?



그 이후의 단계는, 브랜드 코어를 정하는 것인데 이것을 정할 때 한 번에 되리라는 생각을 접어라. 회사 대표에게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대표는 회사의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하에 회사를 운영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전이 정확히 문서화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꺼내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늘 알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그것들을 막상 종이에 적어 정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브랜드를 담당하는 실무진과 대표와의 대화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대표가 하는 말에 최대한 집중해 비전과 미션이 무엇인지 실무진이 먼저 정리를 해 볼 필요도 있다. 다른 회사의 레퍼런스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니 참고하면 좋다. 나의 경우는  테슬라와 프록트 앤 갬블러, 카카오를 많이 참고했다. 이때 대표가 평소 언급을 많이 한 회사의 레퍼런스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테슬라는 항상 연구하도록! 모든 대표들이 테슬라를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브랜드 코어를 만들면서 알게 되는 것이 있다면 많은 회사가 사회에 선한 일을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비전과 미션은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와 맞물려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되겠다고 적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런 기업이 있더라도 레퍼런스로 발견할 수 없던 것은, 그런 회사가 아마 비전과 미션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아직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될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브랜드 코어를 정립해야 하는 실무자가 되었다면 비전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업무가 멈춰버린 것 같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원래 가치 있는 어떤 것을 글로 정리할 때는 쉽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것도 내 머릿속이 아닌 대표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어 확실히 정리하려면 더 그렇다.


우리 회사의 브랜드 코어에 대해서 말하자면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 8번은 고쳤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해야 했다. 또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문장의 끝을 ‘합니다.’로 할지 아니면 ‘하도록’으로 할지 등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드디어 오지 않을 것 같던 브랜드 코어를 발표하는 날이 왔다. 나는 모든 동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우리의 비전과 미션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이 규칙과 기준, 방향성이 되어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반응이 싸늘했다. 그게 정해졌다고 한들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오히려 동료들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럼 앞으로 우리 회사의 비전이랑 미션을 외워야 하나요?”

나는 그 대답에 그렇다고도 아니라도고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서 브랜드 코어가 우리 회사 동료들에게 그야말로 ‘착붙’ 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 다른 브랜딩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내가 했던 작업은 브랜드 코어를 대신할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 작업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이상 대표님은 다시 해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