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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17. 2023

세상 걱정인 부사수와 세상 태평한 사수의 교환일기 시작

프롤로그

세상 태평한 사수, 찌니

낮잠을 오랜 기간 진심으로 애정하고 있는 낮잠의 첫 사수이자 멘토이다. 13년간 매번 '언니 멋져요!'하는 낮잠 덕분에 멋진 선배가 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호기심이 많고 도전을 즐기며, '해보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인생에 고민이 많을지언정 세상을 즐겁고 태평하게 살아간다.

9년 전 유방암 3기를 겪고 나서 인생관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나서는 더욱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물 흐르듯이 변한 것 같다.


"실장님이 저 뽑아주시고, 언니가 저 가르쳐주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먹고 살아요."

2011년 1월에 만난 후로, 나의 부사수 '낮잠'은 늘 저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낮잠은 이미 13년차 서비스 PM이고 꽤나 성장세인 게임 스타트업 기업의 리더이자 조직 운영을 고민하는 중대한 일을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 친구는 늘 이놈의 '겸손함'이 문제다. 실장님이 뽑아주고, 내가 가르쳐준게 벌써 13년 전 일이다. 물론 나는 그 이후로도 여러 회사에서 다시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그래봤자 3년 남짓이고 그 이후 10년 넘게는 모두 본인이 스스로 쌓아올린 경험과 실력이다.

그런데, 낮잠은 정말 13년 내내 저 소리를 달고 살았다. 낮잠의 장점은 겸손함이며, 단점도 겸손함이다. 내가 처음 낮잠과 만난 이후로 늘, 낮잠의 겸손함은 낮잠을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무기이기도 하지만, 겸손함이 지나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문제이기도 했다.


사실, 낮잠은 자신이 잘하는 사람인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자만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유독 높은 기준을 내세운다. 자기가 잘하는 사람인걸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교만해질까봐 경계하는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크다. 주변에 그걸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사례도 봤고, 본인의 천성 자체가 늘 나보다 남을 우선 시하는 면도 있고, 본능적으로 교만함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낮잠은 늘 걱정병을 달고 살고 있다. 늘 본인의 부족함과 그로 인해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지는 않을지, 불행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끊이지를 않는다.


최근, 낮잠과 은평동 한옥마을에서 브런치 데이트를 즐기다가 여전히 걱정병을 다양하게 떠안고 있는 낮잠의 고민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늘 우리 낮잠이는 왜 세상 쓸데없이 세상 쓸모있는 고민을 이렇게 매일매일 쌓아나가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내가 낮잠의 고민을 하나씩 털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지금 무겁게 쌓인 것들도 가벼워지고 새로운 것들을 담을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사수로서, 선배로서, 멘토로서, 내가 애정하는 낮잠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짐 덜어주기'를 해보려고 한다.




걱정덩어리 부사수, 낮잠

37년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찌니님의 부사수이다.

내향적인 성격임에도 호기심이 많고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려는 성향이라 일벌리기를 좋아한다.

그 와중에 걱정이 많아 삶을 굉장히 복잡하고 요란스럽게 살아가고 있지만, 삶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 높다.






2011년 1월 겨울날, 신입으로 입사한 게임회사에서 찌니님을 처음 만났다.

회사생활이 처음이라 잔뜩 긴장한 상태로 인사하는데 굉장히 포스가 느껴지는(솔직히 무섭게 느껴졌던) 찌니님이 내 사수라고 하셨다. 두려움은 잠시 뿐, 찌니님은 어디서도 나를 표현하면서 살아오지 못했던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든 최고의 은인이 되었다.


내가 지금껏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나도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 그 때의 경험 덕분이다.

취업의 두려움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어봐주신 실장님과, 그렇게 인연이 된 나를 몇 년간 애정을 가지고 일을 가르쳐준 찌니님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은 단 한치의 과장도 없는 진심이다.

사회생활 초년에 배운것들로 평생 활용하며 살아간다는 그 말이 요즘에서야 다시금 와닿는다.


찌니님은 내 삶에서 만난 인연 중 가장 장군같은 사람이다. 삶에서 가장 큰 위기의 순간에도 밝음을 잃지 않으며, 언제나 모든 순간을 용감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더욱 더 멋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 삶의 재미중 하나는 찌니님이 13년째 계속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다. 어느 시점쯤 되면 사람의 열정은 식어가고, 성장커브는 눈에 띄게 적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건만, 찌니님은 한명의 사람이 어디까지 더 성장할 수 있는가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놀랍니다.


얼마 전 작은 말한마디에 "제가 요즘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졌나봐요" 라며 눈물을 살짝 글썽이는 내 모습을 보고 "감수성이 풍부해진 것이 아니라 너가 요즘 많이 힘든거야" 라고 정확히 짚어서 이야기해주신 한마디에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 매일 걱정거리가 생기는 나의 고민을 덜어주고 계신다.

여전히 바삐 달리고 있는 우리가 앞으로 지내갈 날들이 매우 기대된다.

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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