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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Apr 30. 2023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2023.04.30 77번째, 마지막 일기

To. 찌니님

오늘은 3개월간의 교환일기를 마무리하는 글입니다. 매일 늦은시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민 일기를 썼음에도 그날 그날 정성스럽게 저를 위해 써주신 답변들이 즐겁고 감사했어요! 

고민을 쓰는 사람보다, 고민에 답변을 해주시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고 많은 에너지를 쓰시는 일임에도 하루의 소중한 에너지를 저에게 투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월과 달라진 점

얼마전 몸이 피곤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그 마사지 샵의 직원분이 정말 친절하신 분이에요. 종종 방문 하는데 그분은 저에게 “영순님은 정말 소녀같고 예쁘신 분이에요” “저는 영순님이 너무 좋아요!” “영순님의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우리 영순님 건강해져라” 이런 말를 엄청 자주하세요. 

물론 서비스를 업으로 하시고 저는 손님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친절이 몸에 배어있는 분이시겠지만, 그럼에도 저한테 긍정적인 말씀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 전 그날 제가 회사에 일이 있어서 통화를 조금 길게 하느라 시작 시간이 지체되었는데, 오히려 저를 걱정해주시고 저한테 또 “영순님은 최선을 다했어요!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고이더라구요.

그 때 1월에 언니를 만나서 “감수성이 풍부해졌다”는 이야기를 했던 때가 오버랩됐어요. 비슷한 감정이라고 느꼈는데, 그 때와 달라진 것은 제 감정을 정확히 인지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내 감정을 인지하고 나니 어느 타이밍에 조금은 휴식을 해야겠다. 내가 지금 조금 힘들구나. 이런 사인들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최근 “나 굉장히 많이 좋아진거같아” 라고 느끼며 고민일기에도 기분이 좋아서 조증이 온 것 같다고 썼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신호를 느끼고 그동안의 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 다운되도 저는 곧 괜찮아질거라 믿고 있습니다!


나의 장점을 발견

일기에 저의 부족한 점에 대한 고민을 많이 언급했었어요. 나라는 사람의 매력이 부족한 것 같다.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터 한두가지가 아니었죠.

찌니님은 이렇게 저의 좋은 점을 많이 발견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제 어디가서도 저의 장점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어디서 이런 감사한 말을 제가 들을 수 있을까요?   

온화함 속에 강단을 품고 있는 사람

타고난 공감능력

어떤 일이든 빠르게 내재화 시킬 수 있는 사람

여전히 사진 속 제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고 미워요. 그럴 때마다 찌니님이 답변해주셨던 글을 다시 읽으며, 조금씩 당당한 제 모습을 찾아가고 빛이 나는 제 모습을 만들어보려구요. 

찌니님이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제 모습도 태가 난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서 저도 제가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겠습니다.


초보 리더

도저히 나는 리더를 할 수 없어! 라고 오랜 시간 막연하게 괴로워했던 시간을 지나, 어떻게든 지지고 볶으며 하고 있는 저를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찌니님께 많은 고민을 토로했었는데, 그 때마다 경험하신 내용들을 세세히 가이드해주신 덕분에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단 한명이라도 저로 인해 일과 삶에 용기를 얻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많은데, 자기 자신 자체에 대한 애정이 적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하셨던 말이 기억나요. 앞으로 제가 오랜 시간 연습하고 느려도 나아가야할 제 삶의 미션입니다.

저는 “정말 남의 말 은근히 잘 안듣는다” “어차피 너 맘대로 살거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어떤 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지도 잘 알고 있어요. 

사실 너무나 감사한 조언들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저의 성격에 너무 큰 용기를 필요로 해서 더더욱 망설임이 많았고, 그래서 같은 고민을 반복하곤 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참 답답할 노릇이에요. 특히 제일 답답한 사람은 저와 제일 가까운 제 남편일거에요. 이걸 더 잘알게 된 것도 이번 일기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어떤 부탁 또는 요구를 하거나, 저의 고충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나 어려워했어요.

고민일기에서 일관되게 조언해주셨듯 저는 중심에 ‘나’가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30년이 넘게 이렇게 살다보니, 이것을 한발 내딛는게 남들한텐 별일이 아닌 일도 저는 너무나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찌니님과 이야기한 내용 들 중 아주 작은 부분들은 3개월 중 몇개는 시도해봤고, 생각보다 괜찮네! 했던 일들도 있었어요.

아마 많은 시도와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회의 시간에 고민거리를 적어서 얘기해보는 일부터 해서, 힘든 날엔 작은 거절을 해보는 것 등 ‘나’를 위한 작은 행동들을 하나씩 쌓아가보려고 합니다.


결국 저의 모든 고민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중심에 내가 없다는 점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가장 만만한 상대인 나를 공격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며 살아왔습니다. 

저의 고민은 삶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생성되겠지만, 그 곳에 깊게 빠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을 이 일기를 통해 알아가게 되어 이제는 괜찮습니다.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고 계시는 찌니님을 보며 제 삶도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만큼 앞으로의 찌니님의 삶에 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가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곧 밝은 모습으로 만나요!




To. 낮잠님

100일 이상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낮잠님이 스스로 저에게 ‘언니 이제 고민 일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그동안의 일기에서 결국 저는 공통된 몇 가지 고민에 계속 사로잡혀있는 걸 깨달았고 이제 그걸 돌파하는 방법들이 뭔 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그걸 정리하고 앞으로를 위한 계획을 언니에게 의논 드리고 싶어요.’ 라고 말한 순간, 이 일기는 정말 끝내도 괜찮구나라고 느꼈답니다.


낮잠님의 위에 정리해둔 이야기들이 너무 제 이야기들에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마음에 담고 변화하려고 스스로 마주하려는 노력을 한 흔적들이라서 제가 더 드릴 코멘트가 없네요. (웃음)

저희 엄마가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지식이 자취로 남는 게 지혜란다.” 그러니 지식을 탐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그 자취를 남기는 것에 몰두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낮잠님 덕분에 제 경험과 지식을 모두 자취로 남기면서 지혜를 얻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낮잠님, 저야 말로 한발 더 저를 성장 시켜 주셔서 감사하고 낮잠님의 긍정적인 변화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쁨을 주셔서 감사해요. 

서로에게 지혜로운 삶을 선사하는 관계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교환 일기 프로젝트는 우리 둘 다 또 한번 서로의 인생에 귀한 사람을 얻었음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자취를 다시 더듬어보고 정리해서 둘만의 책을 만들어 봅시다. 벌써 두근 거리네요. 

저한테 이렇게 또 두근 거리는 일상을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낮잠님.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늘!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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