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라는 명칭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이 브런치북의 대상으로 생각한 지망생은 최소한 본인의 주력 장르 웹소설을 몇 년에 걸쳐 몇 백 권은 읽었고,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거나 주변으로부터 잘 쓴다는 이야기 좀 들어봤으며, 공미포 10만 자, 한 권 정도 분량의 소설 완결은 내 본 사람을 말합니다.
웹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고, 누가 잘 쓴다고 해준 적도 없으며, 쓸 줄도 모른다면 그건 지망생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작가 지망생이라 부른다면 최소한 몇 작품 써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작법은 세계적인 명성과 신뢰를 갖춘 작가분들의 작법서가 많이 있습니다. (샌드라 거스의 '~의 힘' 시리즈도 괜찮습니다.)
웹소설과 다른 부분이 분명 있지만 소설이 더 먼저였고, 더 큰 범주라는 면에서 그분들의 작법서 역시 기본기를 갖추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여 감히 제가 작법론을 말하진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말할 내용은 시점, 어휘력, 문체, 필력이 웹소설에서 갖는 의미와 문학과의 차이점에 대한 것입니다. 또한 본인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여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죠.
웹소설은 시점 전환과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장르입니다.
독자가 읽으며 어색한 부분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면 얼마든지 넘나들어도 상관없지요.
굳이 2차 제작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웹소설은 기본적으로 묘사의 정도가 일반 문학과 다릅니다.
일반 문학이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며 혹은 독자를 믿으며 적정 거리감을 둔다면 웹소설은 귀에 바짝 붙어 쏙닥 거리는 수준입니다.
감정마저 화났다, 슬펐다고 적으라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걷는 숲 속, 전투 중인 던젼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소립니다.
개개인의 이해력과 상상력의 수준이 매우 다르지만 웹소설 작가는 그조차 멱살 잡고 끌고 간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장면을 공들여 묘사할 필요는 없어도, 주된 배경, 중요 사건과 인물 한 두 명은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이동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본인이 주로 1인칭을 사용하시든, 3인칭을 사용하시든 혹은 두 개를 넘나드시든 시점을 어색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웹소설 작가에 한해 필력으로도 치환됩니다.
1인칭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장르, 3인칭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장르, 그리고 적당히 넘나들면 딱인 장르를 고려하여 글쓰기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완성도가 더 높아지겠죠.
세부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1차원적 예시지만,
액션보다 감정적 갈등이 우선하고 설명이 필요 없는 일상의 현대 배경일 경우(주로 현대 로맨스) 1인칭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초반에 구박이라도 받다가 구원받는 서사라면 독자가 읽으며 눈물 흘리거나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게 할 정도는 되야겠죠.
그때 1인칭 시점을 무기로 삼아 그 찢어지는 마음을 잘 보여주시는 게 좋습니다.
반면 무협이라면, 특히 요즘 유행하는 회빙환을 곁들인 무협이라면 3인칭+1인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게 편리합니다.
전투신의 매력을 살리고 많은 장문인들이나 기타 배경을 묘사함에 있어 3인칭, 회귀로 본인만 아는 배신이라든지 중요한 일전을 앞둔 주인공의 비장함은 1인칭, 갑자기 주화입마가 오거나 화경에 다다르는 속사정 같은 것도 외부(3인칭)에서 보이는 이상에서부터 내부(1인칭)로 넘어가며 감각적 묘사를 해주면 좋겠죠.
소위 밀리언셀러라고 하는 유명 무협들을 읽어보시면 어디서 어떻게 넘어갔는지 모르게 꿀떡꿀떡 시점을 넘나드는 걸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걸 뭐 시점의 혼용이니 반성자 인물이니 구분하는 것조차 웹소설에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읽을 때 자연스럽고 재미있었으며 매출이 잘 나왔으면 그만이니까요.
웹소설은 그게 티가 나거나 어색하면 문제고, 굳이 분석하겠다고 눈 씻고 찾아야 알 정도면 잘 쓴 겁니다.
단,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하시더라도, 그리고 이게 아무리 웹소설이어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그냥 명시해 버리는 형태는 최대한 피하셔야 합니다.
매번 보여주지 않고 적어버리면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공감할 기회가 없어서 조금만 지루한 구간이 나와도 바로 이탈하기 쉽고, 고인물 독자일수록 작가가 얼마나 초짜인지 신랄하게 악플을 달아 당신의 멘털을 쿠크다스로 만듭니다.
문학 작품에선 등장인물이 시대적 배경 또는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현대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어려운 단어를 골라 쓰기도 합니다.
작가가 의도한 바이며 그런 세밀한 장치까지 칭찬하는 평론도 보았지요.
물론 웹소설에서도 20대 여주인공이 쉰내 나는 단어를 쓰는 일은 없어야겠죠.
여성향 소설에서 남성적 시선이 드러나는 명기니, 요부니, 구멍 동서니, 요즘 캠퍼스물이라면서 02학번쯤에 유행하던 유행어 이런 건 안 됩니다.
전하, 폐하, 각하, 중전, 황후, 왕비, 후궁, 공작, 대감, 기사, 무사, 황태자, 왕자, 성은, 망극, 황공, 데뷔탕트, 샤프롱, 티파티처럼 섞어 쓰면 안 되는 어휘들도 주의하세요.
로판 주인공이 편지 좀 빨리 썼다고 '일필휘지'로 내려썼다거나 '밥' 먹으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로판 주인공 머리 색을 먹색이라고 하는 것도 저는 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잘못 쓴 단어 하나가 세계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그 외, 웹소설에서는 작가의 어휘력이든 등장인물의 어휘력이든(어차피 캐릭터는 작가의 지능을 넘지 못하므로) 딱 고등학생 수준이면 됩니다.
본인이 세계 유수의 대학을 나온 재원으로 그 배경을 살려 연구실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쓴다 하더라도 어휘는 고정입니다.
가끔 웹소설이 유치한 이유로 작가들의 어휘력을 들고 오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장르를 이해하지 못하고 까기 위한 까기를 하는 짓이지요.
웹소설은 고려 시대 요괴물을 쓰든, 최연소 천재 검사장에 대해 쓰든 독자가 사전 없이 그 글을 못 읽을 정도면 나가립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오로지 머리를 비우고 즐겁기 위해 선택하는 게 웹소설입니다.
지식을 추구했다면 인문이든 고전이든 읽을 건 많죠.
웹소설 대부분이 구어체에 가까운 문체를 사용하는 이유도 작가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술술 읽히는 맛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시대와 캐릭터를 살리겠다며 본인조차 조사해서 알게 된 문헌 속 단어를 들고 나오지 마세요.
조사는 티 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녹이라고 하는 겁니다.
쉽게 쓸 수 있는 말 굳이 어렵게 쓰실 필요 없습니다.
작가에게 문체란 지문 같아서 도저히 감출 수가 없다고 합니다.(사실 문체 안에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어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웹소설 작가를 문체로 손꼽진 않습니다.
웹소설 쪽에 특별한 분이 없다는 게 아니라 잘 쓴 글을 읽으면 흡족하지만 주된 관심사가 아니란 이야기죠.
솔직히 작가이기 전에 웹소설 태동기부터 몇 만권 이상 읽은 고인물로서 처음 보는 필명의 글을 읽으며 '이거 누가 필명 바꾸고 나온 거 아니야?' 이러면서 문체 확인하진 않습니다.
웹소설에서 문체란 그렇습니다.
잘 써서 손해일 건 없는데 문체로 승부는 안 됩니다.
어쨌든 문체는 주관과 취향의 문제이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갈고닦는 건 좋습니다.
다만 문체를 논하다 보면 아름다운 비유, 수식어 등 수사 방식을 빼놓을 수 없는데,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아예 글을 쓰실 때부터 인터넷에서 네이버, 카카오, 리디 조판 양식을 검색하여 거기에 맞춰 쓰시거나 반드시 휴대폰 화면에서 내 문장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가진 장점을 살리시되 조판 특성을 잊지 마시고 종이책과는 달리 반드시 더 간결해야 한다는 점, 기억해 주세요.
가끔 신인 분 중에 웹소설 작가로 데뷔했지만 글 좀 쓸 줄 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거의 모든 문장에 비유와 수식어를 주렁주렁 집어넣는 경우가 있는데,
한참 사건이 진행 중일 때 문장의 길이가 길면 늘어지겠죠.
이야기의 속도감도 고려해서 문장의 길이를 조절하셔야 합니다.
가끔 여성향에서 로맨스+기타 장르를 섞은 경우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대화 지문도 주의하세요.
대화에서조차 문어체를 버리지 못하거나 그 틈에 배경 지식을 끼워 넣겠다고 갑자기 로봇 말투로 장황하게 주절대는 일이 많습니다.
대화야말로 티카티카, 특유의 말 맛이 살아야 하며 정말 눈앞의 두 사람이 주고받는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또 40대 전문직 남성과 20대 초반 여성의 말투가 같을 리 없죠.
그리고 비유도 시대에 맞게 써주세요.
조선 시대 배경이나 중세 서양 판타지를 쓰며 현대에나 사용하는 비유를 쓰시면 안 됩니다.
회빙환이라해도 그게 주인공이 하는 말인지 아닌지 헷갈리지 마세요.
웹소설 문체는 장르 불문 간결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특히 퇴고할 땐 반드시 소리 내어 읽는 방법(머릿속으로 소리 내어 읽어도 무관)을 추천드립니다.
한 문장이 한 호흡에 읽히지 않고 숨이 찰 정도라거나 리듬이 끊기고 어색하면 그건 못 쓴 겁니다.
물 흐르듯 촤라락 넘어가는 게 최고입니다.
필력, 즉 글을 쓰는 능력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는 웹소설뿐 아니라 문학 전반에서 딱 이거다라고 통일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쉽게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게 필력이겠지요.
하지만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 지망생 안내글 같은 걸 읽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웹소설에서 필력은 결제하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웹소설의 작품성이 매출이듯 필력은 다음 장을 꼭 넘기게 만드는 힘이죠.
흔히 '아, 지금 새벽 4신데 괜히 이 책 펴가지고 나 잠도 못 자고 미치겠다.' 하는 댓글들이 있습니다.
웹소설 작가에겐 저게 최고의 칭찬입니다.
유료 연재 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단행본이어도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도저히 끊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분은 뜨기까지 시간문제죠.
그럼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 속도감과 리듬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절대 늘어지지 않지만, 강약을 주어 너무 몰아치지도 않는 리듬감.
시작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건이고, 견인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간결하고 술술 읽히는 문체이며, 핵심은 큰 사건이 지속되는 동안 끊임없이 발생하는 큰 줄기와 연결된 작은 사건들(혹은 빌런, 조연)의 활약입니다.
어렵죠?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자신 있는 캐릭터와 사건, 장르로만 쓰세요.
분량과 등장인물은 딱 재미있고 필요한 만큼으로 압축하세요.
캐릭터는 좀 평면적이고, 문체는 휘청이며, 사건은 겨우 하나더라도 늘여 쓰기보다 몰아치길 선택하세요.
즉, 주력이 여성향이든 남성향이든 데뷔작은 좀 강렬한 작품이 쓰기 편합니다.
캐릭터와 조연, 빌런도 극적이고 사건도 사람 여럿이 모여 말싸움만 하는 것보다 액션이 오가는 상황으로 짜는 게 쉽겠죠.
그렇게 데뷔부터 한 후에 데뷔작 반응을 통해 차기작을 결정하시면 됩니다.
의외로 데뷔작 반응이 좋았다? 본인이 극적인 내용에 특화되어 있는 겁니다.
액션신과 어두운 심리 묘사등에 강점이 있다면 버리지 마세요.
데뷔작 반응이 안 좋았다? 그 사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할 만큼 성장하셨다면 발전된 형태의 차기작을 쓰셔도 좋고, 아니면 이제 본인이 가장 쓰고 싶었던 내용에 도전하세요.
왜 자꾸 데뷔부터 하라고 말씀드리냐면, 일단 출판사 하나와 작업을 한 뒤, 해당 출판사에서 차기작을 내는 건 비교적 쉽습니다.
첫 작업 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면(마감 잘 지키세요.) 기존 출판사는 다소 부족한 기획안을 내밀더라도 바로 거절하기보다 수정하여 진행하자는 의견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차기작까지 나왔다면? 이제 지망생 딱지는 떼신 거죠.
이런 브런치북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가시면 됩니다.
다음 편엔 데뷔에 유리한 형태 위주로 캐릭터, 사건, 세계관에 대해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