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진철 Feb 17. 2019

감각

무언가 싫은 이유를 찾기는 쉬워도, 좋은 이유를 찾기란 어려운 법이다. 창의적인 악플은 지루한 선플만큼 흔하다. 행복감은 대개 두루뭉술하지만 고통은 구체적이다. 우리는 구체적인 것에 더 크게 반응한다.


일상에서 가장 흔히 찾는 감각이 바로 ‘맛있음’이다.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보통 ‘맛있는 이유’까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평론은 맛의 설계를 제시하며 독자의 경험을 확장시켜 준다. 예를 들어 ‘치고 오는 짠맛이 녹아내리는 지방의 풍부함에 의해 중화된다’는 표현을 들으면, 시간축에 따라 입 안에서 변하는 치즈의 맛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단순히 ‘맛있음’을 넘어 감각이 입체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치즈의 맛을 느끼듯 긍정적인 감각들에 세심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습관을 혼자서 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때문에 곁에서 가이드와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들을 항상 귀하고 감사히 여겨야 한다. 나아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사실 별 건 아니고, 너랑 먹었던 치즈가 가장 맛있었던 거 기억하니 가끔씩 얘기해주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작가의 이전글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