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독서는 마중물이다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를 작동할 때 위에서 붓는 물이 있다. 이를 ‘마중물’이라 한다. 마중물은 어떤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 반드시 인풋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은유이다. 인풋은 동기 부여, 지식, 경험, 일련의 사건 등이 될 수 있다. 나는 ‘책’이라는 물건이 인간에게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마중물 삼아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뽑아내었던 인물은 얼마나 많았으며, 그들은 책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인생을 발견했던가.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니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앙드레 지드 -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인생을 바꾼다. 인생을 바꾸는 것에는 한 가지 요인만 작용하지 않는다.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 운과 기술 다양한 요소가 얽혀있다. 독서가 인생을 바꾼다는 말은, 독서는 한 가지 목적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말인 즉, 독서는 합목적적이라는 말이다. 독서는 이성과 감성을 길러준다.
나아가 영성과 지성에 이르게 만드는 안내자이다. 슬로 리딩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내밀한 대화이며, 그 대화는 나의 리듬에 따라 며칠 밤낮이고 이어나갈 수 있다. 탁월한 인물, 위대한 지성들과의 대화를 매일 반복하고,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사고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지금의 인생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독서를 하면 일차적으로 생각이 바뀐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만나 혼융된다. 다음에는 행동이 바뀐다. 생각의 관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 지점을 향해 굴러가던 공이, 어떤 자극으로 인하여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행동이 변하면 종착지가 달라진다.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행동이 변하고, 이 것이 반복되면 습관화된다. 변화된 행동이 반복을 통해 습관으로 바뀌었을 때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인생이 바뀌고 운명이 바뀐다.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나의 점에서 우주로 확장되듯, 생각 하나가 운명을 바꾼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자신이 겪고 배워온 삶과 지식의 경계, 관습과 문화의 경계에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도 이 경계 안에 갇혀 있다. 이 경계를 찢고 나온다는 것은 두렵고도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읽어야 한다. 이 강고한 경계를 박살 낼 수 있는 불온한 서적과 슬로 리딩으로. 결코 생각해 본 적 없고, 상상해 본 적 없는 지점까지 읽어봐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야기한다.
'한 권의 책, 그것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하네‘
-프란츠 카프카-
책이 우리의 생각을 깨 부시고 넓혀주지 못한다면 도대체 책을 왜 읽는 것인가. 한 순간의 유흥인가, 아니면 지식인으로 치장하기 위해 단순한 장식품이던가. 정말 바뀌고 싶다면 기진맥진할 정도로 샅샅이 훑어내며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고, 이미 소진된 것이라고, 더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누구나 자신의 깊은 샘을 갖고 있다. 패배자적인 사고를 버려라. 샅샅이 읽어서 독서 자체를 마중물로 삼아라. 자신의 저 밑, 아래에서 언제고 새로운 인생을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