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를 읽고(1)

메타포(은유), 창의성의 근원은 연결이다!

by 썰킴

묵직하다. 책의 무게도 내용도 납덩이같다. 묵직한 사유가 인문학의 본질이라면 이 책은 그 본질에 충실한 책이다. 철학자 김용규는 본 책에서 문명 중 오직 그리스만이 서양 문명의 근원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을 5가지 생각의 도구로 설명한다. 이 다섯 가지 생각 도구는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이다. 이 다섯 가지 생각 도구를 통해 그리스는 눈부신 문명을 이룩하였고 철학을 비롯하여 문학, 미술, 건축 수학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다.


첫 번째 챕터, 메타포(은유)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메타포란 무엇인가? 우리 말론 은유다. 국어 시간에 시의 비유법을 이야기할 때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비유법의 하나인 은유가 고대 그리스 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생각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그냥 피상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A는 B다”라는 형식을 갖는 은유는 우리 생각에 자극을 준다. A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개념과 B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개념의 혼성화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도출시킨다. 은유는 A와 B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비유로써 사용하기는 하지만,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배치함으로써 전혀 생각지 못했던 영역으로 의미가 나아가게 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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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은유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시에서는 보다 많은 은유를 사용한다. 따라서, 시 읽기는 가장 많은 은유를 접할 수 있고 시 읽기 자체가 은유의 훈련이 된다. 시 읽기가 ‘은유’에 대한 감각을 향상하는 것이, 창조성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저자의 의견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창조의 특성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연결에서 만들어지는 창조의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시 읽기는 단어와 단어와의 연결, 이종 개념 간의 연결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연결’이라는 창조성의 근원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생각의 시대 ‘은유’ 편을 읽으며 은유라는 것이 비단, 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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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기법의 하나인 ‘데페이즈망’은 어떤 사물을 전혀 맥락과 관계없는 곳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내는 방법이다. 미술관에 변기를 배치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이 그 예이다. 그리고 나의 전공인 ‘공학’ 분야에도 ‘연결’은 매우 유용한 생각의 도구이다. 우리가 기술적 난제에 맞닥뜨렸을 때 엔지니어들은 보통 자기가 익숙한 공학적 개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왜 난제가 왜 난제이겠는가? 보통 그러한 난제들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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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 연결을 통해 공학적 난제의 해결 도구를 고안해낸 사람이 있다. 러시아의 알츠슐러라고 불리는 학자로 특허를 수만 건 검토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술 문제의 해결에도 어떠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이론으로 정리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노력의 산물로 TRIZ라는 생각 도구를 만들었다.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정의하고, 정의한 내용에 따라 해당하는 공학적 원리들을 TRIZ에서 찾아서 접목했을 때 해결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 도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제를 만나 해결하려고 하면 자기 생각 범주를 넘어서기 어렵다. 또한 경험적으로 생긴 심리적 편향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알츠슐러가 정립한 TRIZ를 활용한다면 자신의 지식에 빠지지 않고 경험적 편향 또한 피하게 해 주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매우 유용하다. 이런 생각 도구가 만능은 아니지만, 공학도라면 이러한 개념을 탑재하여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번 써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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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론으로 돌아와 TRIZ라는 것도 보면 핵심은 ‘연결’이다. 다양한 공학적 개념을 당면한 공학적 문제에 연결함으로써 해결점을 찾는 것.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한 가지 사례를 더 하자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매일 어떤 낱말이 적힌 세 장의 카드를 뽑아 이를 조합하여 특허를 만들어내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약 1년간 77개의 특허를 냈다. 이 또한 연결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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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메타포란 것은 ‘단어와 단어’ 간의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교집합은 유사성에 국한되지 않고 전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 산업계를 비롯해 창의성은 이미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창의성을 발달시키는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아 무엇이 옳은지 정말 모르겠다. 오직 내가 아는 것은, 나에게만은 시 읽기가 제일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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