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과 스페이스맨

by 원림

인류역사상 우주는 많은 예술가에게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물리학의 관점으로 우주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가 있다. 하나는 천체물리, 다른 하나는 우주론. 두 가지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예 분리하여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정의를 하자면, 천체물리는 말 그대로 우주에 있는 물체들끼리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별과 행성, 별과 블랙홀, 혹은 천체 속에서의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에 해당한다. 우주론은 우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밝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할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예술은 천체물리적 우주를 다루어 왔다. 우리가 일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천체를 예술에 녹이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도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악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그중에서도 락 장르에서 가장 많은 예를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왜 락은 우주를 소재로 많이 쓰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천체의 표면이 바위를 닮았기 때문일까. 그중 몇 명은 아예 하늘은 처다도 보지 않고 신발만 바라보는 것 같은데 말이다.

밴드 슬로우다이브 (slowdive)


가장 큰 이유는 그냥 느낌 때문 아닐까.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의문들과 방대한 크기에서 오는 우주 그 자체의 느낌말이다. 우주는 언제나 생각만으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준다. 쿨하다 못해 얼어 죽게 하는 차가움도 느껴진다. 아름다운 동시에 무서운 것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인간의 본성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우주뽕이 올 때가 있지 않은가. 우주를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한다던가, 케이스로 한다던가 말이다. 왠지 우주를 좋아하는 자기 자신이 사색적이면서 낭만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가라면 그런 뽕을 조용히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이 느낌은 특히 특정 록음악의 태도와 매우 닮아있다.

더 나아가 록 음악에서는 우주비행사에 대한 꽤나 집착에 가까운 대상화를 목격한 적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주를 넘어서 우주비행사에 대한 환상은 어디서 오는가. 개인적으로는 시각적 영향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1969년 전 세계로 송출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은 인류에게 큰 충격이었다. 어두워지면 저 멀리서 손톱만 하게 보이던 것에 착륙하여 겅중겅중 걷는 장면은 그 당시 포스트모던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과하게 오버하면서도 온통 흰색인 코스튬과 정말 반사되는 헬멧.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나와도 될 만큼 스타일리시하다. 또한 1960년대에 개봉한 스탠릭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 A Space Odyssey) 역시 지금 뮤직비디오로 나와도 손색없을 장면과 의상을 보여준다. 미장센 자체가 모든 사람들에게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밴드 스피리츄얼라이즈드(Spiritualized) 의 보컬 제이슨 피어스 (Jason Pierce)

무식하게 요약하면 우주는 쿨하면서도 적당히 사색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가장 쉬운 장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한 것은 데이비드 보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근데 이내 두려워져 다른 생각으로 그것을 살짝 미뤄보려 했던 것이다. 이맘때 더 자주 머릿속에 찾아오는 그를 애써 휘휘 떨쳐내려는 듯이.

데이비드 보위에게 우주는 어떤 존재였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마 우주와 관련한 아티스트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달, 화성, 우주선.. 장소도 다양하다. 어떤 점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도 한 몫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는 부분적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 A Space Odyssey)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왔다.


작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문에이지 데이드림 (Moonage Daydream)에서 내가 답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보위의 미공개 사진, 영상, 음성 등을 공개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감동하였지만, 그중 다음의 음성은 그를 더 사무치게 애정하게 했다.

영화 문에이지 데이드림 (Moonage Daydream) 포스터

"당신은 더 깊은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은 없다는 것에 어쩌면 순간적으로 안심하겠지요. 그러다 갑자기, 그 뜻의 겉모습은 사라지고. 당신은 더 깊고 어마어마한 미스터리를 이해하기 위해 끙끙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바로, 나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 당신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초마다.

모든 것은 일시적입니다.

그게 중요하냐고요?

제가 그걸 신경 쓰냐고요?

네, 저는 신경 씁니다.

인생은 아름다우니까요. 절대 끝이 없고 그저 변화하기만 합니다. 살에서 흙 그리고 다시 살, 돌고 돌고 돌고....

우리 그저 계속 걸읍시다. "

"You're aware of a deeper existence. Maybe a temporary reassurance that indeed, there is no beginning, no end. And all at once, the outward appearance of meaning is transcended, and you find yourself struggling to comprehend a deep and formidable mystery.

All is transient.

Does it matter?

Do I bother?

Yes I do.

Life is fantastic and never ends. It only changes. Flesh to stone to flesh and round and round.

Let's keep walking"

그의 목소리로 이것을 들었을 때, 그가 말하는 우주는 천체에 국한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하는 우주는 아마 전 우주론적인 이야기지 않나 싶다. 그는 단순히 행성, 별, 은하 혹은 블랙홀을 넘어서 범우주의 역사에 대한 사유를 했다.


보위가 음악을 만들던 순간순간에는 좀 더 피상적인 것이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우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보위는 우주를 볼 때,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바라봤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단기 체류자인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그것을 피하지 않고, 순간적이기에 아름다운 우주를 더욱 즐긴 그의 모습을 자꾸 그려보게 된다. 그만의 방식으로 공유하려 했던 음악들이 더욱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가 바라본 우주를 조금 엿보고 나니, 그의 죽음이 그전만큼 슬프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