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팀장님 Jan 11. 2022

경단녀, 입사해서 적응하기 _1




경력단절 3년만에 입사에 성공하여 출근하게 되었다.


아이는 18개월을 지나고 있었고 어린이집 적응도 어렵고 엄마와의 잠자리도 떨어지게 되어 힘들어 했다. 하루 종일 엄마와 밥도 먹고 산책하고 놀고, 자장가를 들으며 낮잠자고 유아 수영도 다니고,,, 이런 일상이 멈추고 졸린 눈을 비비고 '어린이집'이라는 곳에 가서 시키는 것을 하고 식판을 꺼내어 주는 밥을 먹어야 하고 놀던 것을 치우고, 응석을 부려도 받아주지 않았을테고, 더 먹고 싶은게 있어도 참아야 했다(나중에 들은 말). 벨이 울릴 때마다 모니터를 쳐다 보는데 엄마는 오지 않고 맨 마지막에 함께 남았던 한 명의 친구까지 가고 나면 울먹이다가 어두워질 때쯤 아빠가 데리러 오는 생활이라니,,, 그렇게 집에 가도 엄마는 없고 피곤하다는 아빠와 함께 엄마를 기다리다가 얼굴도 못보고 잠들어 버리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밥을 먹을 때, 급히 일을 하다가 한 숨 돌릴 때, 야근할 때, 점심먹고 회사 한바퀴를 도는데 어린 아기를 볼 때면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어디서 '엄마'라는 소리만 들려도 고개가 돌아가고 내 마음이 힘들 땐 눈물이 났다. 잠자고 있을 때, 몰래 나오는데 꼭 마지막 문 소리에 일어나서 매달리고, 울고,,, 정말 힘들었다.


하루종일 쌩얼로 집안을 다니며 이것저것 하다가 밖에도 나가고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아이와 음악을 듣거나 놀던 나의 생활에서 하루 종일 PC와 씨름하며 책상에 앉아 일하는 오피스 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편하고 헐렁한 옷을 입고 머리를 틀어 올려 음악을 들으며 일하고 싶었다. 포토샵 5.0을 사용했는데 회사에 가니 CS 버전으로 바뀌었다. 파워포인트며 엑셀이며 많이도 바뀌었다.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가장 큰 변화는 휴대폰의 변화였다. 나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았는데(카톡 초기), 사람들이 불편하다, 카톡 보냈다,,, 등의 말을 하길래 당장 카카오톡 앱을 깔고 집 근처 사는 교회 동생에게 긴급으로 사용법을 배웠다. 그게 뭐라고,,, 정말 후덜덜이었다. 백화점 외근을 나가는데 지하철 노선도가 필요했다. 습관대로 지하철 입구에서 종이로 되어 두 번 접힌 노선도를 펼쳐 천호역 가는 지하철을 찾았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은 휴대폰에서 지하철 노선을 보고 있었다. 지하철 노선을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 둔 줄 알았다. 그러면서 지하철, 버스 앱을 깔고 휴대폰 생활에 적응했다.


서서히 출퇴근은 익숙해졌다. 때떄로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되뇌이며 출근하고 일을 하는데 뭔가 선명하게 일이 머릿 속에서 빵 터지지 않았다. 한 달 쯤 되었을 때, 이도저도 아닌 이 생활이 정말 아닌 것 같았다. 팀장으로서 회사 일도 엄마로서 아이에게도 늘 시간에 쫓기며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뭐라도 제대로 해야할 것 같아서 회사를 관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때였고,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대화를 하면 아이 잘 키우는게 낫다는 의견들이었다. 그 때 쯤, 성경공부 모임에서 나보다 10살 많으신 고등학생 자녀를 두신 권사님들 몇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 가신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으세요? 10년 전에 못해서 후회하는거 있으세요? 제 나이로 돌아간다면 뭘 하실거예요?" 여쭤보았다. 그런데 세 분의 한결같은 대답은 "내 일을 포기하지 않을거야. 시간은 흘러가고 일은 다 돌아가게 되어 있어. 절대로 내 일을 놓지 않을거야."

내 상황을 잘 아시는 분들이었다.

"지금 저라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친동생이라 생각하고 말씀해 주세요, 절대 원망안할께요."

절실하게 말씀드렸다.

"나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적응하고 회사다닐거야. 다 할 수 있어. 잘 나가는 팀장이었으니 그 경력 깨고 입사 한 거 잖아, 할 수 있어. 아이는 금방 자라. 일하는 엄마를 더 좋아해"

정말이지 뭔가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에게 3개월의 수습기간을 주기로 했다. 


한 달을 이렇게 보냈으니 나머지 2달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다. 3개월을 지나서도 동일한 마음이 든다면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출근할 수도 있겠지만 난 팀장이고 성과를 내야하며 버티는 마음으로 일 하는 것은 내가...못할 일이었다.


남편에게 두 달 동안 나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 



아, 그 시간 속 나의 큰 기쁨은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임신 10개월, 모유수유 18개월, 2년 반동안 단 한 방울의 커피도 입에 대지 않았다.

출근 길, 나른한 오후 내가 원하는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는 것은 내게 큰 위로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