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동휘 Nov 04. 2024

나는 잘 있습니다.

나는 잘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넨 순간,

밥은 잘 먹었냐며 물어보는 순간,

그 모든 순간이 모여 감사를 이루는 때였습니다.

나는 잘 살아갑니다.


나는 잘 잊습니다.

다정한 당신의 한 마디가, 내 맘을 녹이는 순간

향수 하나 뿌리지 않았지만, 그 어느 향보다 귀한

마음씨가 아득하고 가득한 순간,

그런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색하게도 잊습니다.

나는 바보처럼 잘 잊습니다.


나는 독실한 신자처럼 믿습니다.

추억은 곧 쏜살처럼 지나가 어제가 되지만,

그 추억이 고요히 그리고 둥지처럼 내 머리에 남아

언젠가는 맑은 종소리처럼 나를 울리리라는 걸 믿습니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부는 겨울입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나는 잘 있습니다. 그대를, 모두 기억하며.

작가의 이전글 주인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