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전화
출근길에 울린 전화.
요즘 들어 부쩍 전화가 잦은 할머니.
가라는 대학은 안 가고 갑자기 가게를 하는 손녀가 장사에, 사람에, 돈에 지쳐 속이 상할까 걱정이 되시나 보다. 내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까 자주 전화를 걸되 결코 길게는 하지 않으신다.
오늘 아침엔 갑자기 “얘야, 너무 애쓰지 말아라. 살다 보면 다 살아지더라. 아끼지 말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 돈은 또 생기기 마련이더라.” 하신다.
두 번째 코로나에 일주일이 넘게 가게를 쉬어서 큰일이란 투정에 돈도 못 벌고 먹는 것에 돈 아껴가며 궁상떨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하는 얘기인가 보다. 이번 시련의 해결사가 되시려는지, 기꺼이 보내주시는 용돈과 함께 짧은 통화를 했다.
살다 보면 정말 다 살아질까. 어느 뮤지컬의 노래가사처럼?.
나는 시간의 힘을 늘 믿고, 거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돈과 생계 앞에서는 ‘시간’이
정말 답이 맞을지, 늘 두렵다.
서점은 늘 사람이 없다. 근데 모든 서점 사장님들은 서점은 원래 사람이 없는 것이라 얘기한다. 가난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까? 이번 달을 살아낼 만큼의 통장잔고도 살다 보면 채워질까? 낭만뿐인 내 직업에 대충 안주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오늘내일을 그저 흘러가게만 두다 보면 되는 걸까?
늘 의문뿐인 하루의 끝이지만, 적어도 오늘은 할머니와의 통화를 핑계로 조금 안심하는 마음을 챙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