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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빛 Oct 28. 2022

4. 하노이에 없는 3가지

1. 현관이 없다


하노이에 와서 격리를 할 아파트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이상했던 것은 바로 현관이 없는 것이었다.


완전한 서양식으로 아예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식으로 신발을 벗을 곳이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어서 처음엔 현관이 없는 것이 무척 이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호텔에 가면 방 안에 들어가서 실내화로 갈아 신으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상황도 아니긴 했다. 매번 신발장에 넣고 빼는 게 번거로워 자주 신는 신발은 신발장 위에 선반을 두고 올려두는데, 신발 먼지가 바로 거실로 들어오는 것이 걱정스러웠으나, 사실 한국 살 때도 우리 집엔 중문이 없었으니 그거나 저거나 도긴개긴인 듯.


그리고 이런 문화 차이는 어떤 집이 한국인이 사는지 아니면 베트남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주기도 하는데, 현관문 밖에 벗어놓은 신발들이 보이는 집은 대부분 현지인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외부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주로 신발을 복도에 벗어놓고 들어가는 데 한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밖에다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2. 동전이 없다


현지 삶에 적응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현지 화폐에 익숙해지는 것이 시급한 문제였다. 베트남은 화폐 단위가 커서 처음에는 숫자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지불해야 할 금액보다 큰 액수의 지폐를 내기만 하면 알아서 거슬러 주니 계산하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동전까지 없으니 뒷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야 할 일도 없어 손도 편하고, 계산할 때마다 사용하지 못해 수북이 쌓여가는 처치곤란의 동전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마음도 편했다.



재미있는 건, 동전이 없다고 해도 계산을 하다 보면 '156,300 동' 같이 뒷자리가 생길 때가 있는데 만약 인터넷뱅킹으로 이체를 한다면 마지막 자리까지 정확하게 이체를 해야 하지만 현금으로 계산을 할 경우에는 뒷자리를 낼 때도 있고 안 낼 때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기준을 잘 몰랐는데 대부분은 반올림을 해서 '156,000 동'으로 계산을 하지만 일괄적으로 뒷자리를 버리는 곳도 있고 다 받는 곳도 있다. 동전이 있다면 따질 것 없이 정확하게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동전이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지폐의 크기도 지폐의 가치에 따라 다르다. 가장 비싼 500,000만 동짜리부터 가장 싼 1,000동(500동 짜리도 보긴 했는데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을 순으로 줄을 세워보면 500,000만 동이 가장 크고 점점 줄어들어 10,000동 부터 크기가 같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구분법이다.

3. 상가에 출입구가 없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면 보통 상가 2층에 있는 가게에 가려면 상가의 공용 현관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1층의 가게로 들어가 가게 안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즉 남의 가게로 들어가서 내가 가고 싶은 가게로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베트남의 일반적인 건물들에는(현대식으로 새로 짓는 건물이나 고층, 대형 건물 제외) 따로 공용 출입구나 외부에 상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저층으로 된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각 층마다 다른 가게가 있을 경우, 1층의 가게 점원이 자기 가게를 방문한 줄 알고 인사하며 다가오는 데 2층으로 가야 할 때는 조금 난감할 수 있다. 그 미소를 어색한 눈웃음으로 응대하며 얼른 계단 쪽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몰라 2층이라는데 도대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 것인지 건물을 뱅뱅 돌았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1층 가게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이상할 뿐 이곳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니까.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비슷한 외모,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 그리고 드높은(?) 대한민국의 위상 덕분에 하노이에서의 삶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큰 사건사고 없이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문화 속에서 익숙해져야 할 것은 빨리 익숙해지고 받아들여야 할 것은 빨리 받아들이면서 언제까지 있을지 모를 기약 없는 해외살이를 버텨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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