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게
유난히 길고 힘들게 느껴졌던 고향방문의 마지막 날.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오는 우리 가족을 보며 어머님이 무언가 슬며시 밀어주신다.
그건 바로,
돼 : 돼지저금통!
"우주야, 이거 가지고 가라." 하시며 밀어주시는 파란 돼지저금통을 보자마자 가슴이 크게 뛴다.
안타까워서 두근. 감사해서 두근. 조금 먹먹해서 두근.
지 : 지금은 몸도 마음도 조금 힘들어지셔서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저 : 저 저금통을 꽉 채운 동전들을 어떻게 모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온 빈 병 하나, 종이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가 멀리 고물상까지 팔러 가시는 발걸음을 안다.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 몇 개 저금통에 넣으시며 손주얼굴 떠올리셨을 어머님 얼굴을 안다.
금 : 금세 채웠을 리 없다.
파란 몸통과 분홍 코에 묻어 있는 거뭇거뭇한 손때에 마음이 이렇게 일렁이는 건 그 시간들을 알기 때문일 게다.
통 : 통사정을 해도 못 들은 척 계속 반복되던 그 행동들이 어머님의 마음인 걸 알기에, 들지도 못할 만큼 켜켜이 쌓인 그 마음이 안타깝고 감사해서 먹먹해진다.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들었기에, 차례며 제사며 힘들다고 툴툴거리면서도 나는 내년 설에도 차 막힐라, 어머님 기다리실라, 새벽을 등지고 내려가게 될게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