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부터 일어나 어제 트랙터로 갈은 300평 텃밭이 보고 싶어 아이들을 깨웠다. 아내와 우리 네 식구는 트럭에 장비를 모두 챙겨서 무릉리 사장동으로 달렸다. 중간에 잠시 무릉외갓집 창고를 들러 버려둔 나무 빠레트를 실었다. 오늘 아이들도 함께 왔기에 우선은 뽀뇨텃밭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오는 중에 내가 할 일과 아이들이 할 일을 생각했는데 구분하자면 아래와 같다.
-나의 일 : 빠레트를 분리하여 텃밭 분리대의 재료로 삼는다.
-아이들 일 : 어제 트랙터를 갈며 #살갈퀴 와 #큰방가지똥 등 함께 갈렸는데 흙에서 잔여물을 골라내는 일을 맡겼다.
9살인 뽀뇨는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미션을 잘 수행했고 5살인 유현이는 #공벌레 와 노는데 집중했다. 1시간 정도의 작업을 하며 만든 공간이 가로 3미터*세로 1미터 정도 된다. 뽀뇨텃밭이라고 이름을 정하고 뽀뇨에게 무엇을 심을지 물었다.
"아빠, 난 예쁜 꽃을 심고 싶어"
씨앗 산 것 중에 꽃이 예쁘게 피는 허브를 뽀뇨텃밭에 심을 예정이다.
토양측정기로 토양의 산도와 온도를 재어보았다. 산도 ph 6.5와 온도 20도. 이 지역은 제주의 다른 지역과 달리 비화산회토로 왠만한 농사가 잘 된다. 바닷가라 바람이 센 곳이지만 서리가 잘 내리지 않아서 농사짓기 좋다고 친구가 전했다. 농부 친구는 살갈퀴 제거하는게 쉽지 않다며 쓰레기를 모아서 불을 태우는건 어떠냐고 했다.
살갈퀴는 5월에 보라색 꽃을 피우고 열매는 식용인 콩과의 식물로 사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식물이다. 아래쪽을 살짝 살펴보니 공벌레들이 살갈퀴 밑에 가득하다. 공벌레는 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지렁이처럼 흙에 공기를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손으로 만지면 공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공벌레, 콩벌레라고 하고 왠만한 아이들은 이 벌레의 이름을 안다.
내일모레 비가 올 수분기 가득한 바람이 부는데다 유현이가 가자고 보채서 오래 일을 하지 못했다. 오늘 아이들 데려오며 마음먹은 것이 있다. #농사는재밌어야한다 나는 어릴때 농사일이 그렇게싫었다. 뙤약볕에서 엄마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정신없이 일했고 나는 엄마를 제대로 거들지 못해 미안해했고 엄마는 농사일에 하나도 도움 안되는 자식들을 나무랗다.
농업에 종사하기로 마음먹고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농사를 하겠다고 다짐을 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으로 농업의 생산활동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고 몇 개의 다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 가보고 싶다. 그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풀겠다.
귀가길에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먹이며 애들에게 물었다.
"뽀뇨야, 유현아. 다음에도 아빠 따라 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