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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겸뇽 Jul 14. 2020

물수제비

혼란스러운 잔물결

오늘따라 아침부터 여러모로 분주했다. 늦잠을 자질 않나, 머리를 잘못해서 두 번이나 감지 않나, 쓰던 화장품이 하필 똑! 떨어지지 않나, 버스를 코앞에서 놓치지 않나… 겨우겨우 버스를 잡아타고 출근하는데, 업무시간 시작도 전에 급 회사 동료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 단둘이 점심 같이 먹을 수 있냐고... 갑작스러운 점심 약속 요청에 처음엔 그저 점심 약속이라고 좋았다가 다시 엇! 무슨 일이지… hoxy...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며 늦은 출근길을 꾸역꾸역 가고 있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출근하고 오전 업무시간을 보낸 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같이 먹자고 한 동료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사내 메신저로 말을 걸어도 피드백이 없고,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조금은 당황해하고 있던 찰나, 팀장님과 단둘이 사무실 자리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Aㅏ… 왠지 빼박인 듯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돌아온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기다리는데 동료가 말문을 열었다. 8월 중순까지 다니기로 했다고... Aㅏ... 왜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아까 들었던 불안한 생각은 역시나 현실이었다. 같이 회사 이야기(라고 쓰고 뒷담화라고 읽는다)하며 의지하고 버티며 잘 맘 잡고 지내보자던 지난날 함께한 굳은 맹세는, 업무로 지쳐서 여기저기 고장 나버린 심신을 이기지 못한 듯했다.

 의지하고 싶던 동료의 퇴사 소식에 아쉽기도 하고, 내 마음과 달리 담담히 어찌 보면 개운한 표정과 어투로 이야기하는 동료의 모습이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지금 이 나이, 이 연차에서 퇴사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해서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아마 내심 그런 도전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들어서 부러움이 더 플러스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쉬운 볼멘소리 40에 응원의 이야기 60의 황금비율이 담긴 식후 커피를 사며 진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동료와 나의 표정은 서로 상반되어 있었다. 동료와 함께한 점심시간 이후, 동료는 그나마 생각이 정리돼서 머리가 맑아진 것처럼 보였고 반면에 나는 누군가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한 것처럼 잠잠했던 수면 위로 혼란스러운 잔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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