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나는 우리 기초반에서 제일 부진한 학생이 되었다. 첫날부터 나는 초보자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자신의 몸을 주체 못 해서 바둥거렸고 두 번째 강습부터는 강사님의 의견에 따라 수강생 중 가장 뒤 순서로 교습을 받게 되었다. 그런 내게 강사님이 제일 많이 하는 소리는 “힘을 빼세요.”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대여섯 가지 정도 떠오르지만, 꾹 삼키고 다시 물속으로 풍덩-. 하지만 몇 초도 안 되어서 바로 거꾸러진다. 그럴 때면 악에 받쳐 이를 악물게 되고 몸에 힘은 점점 들어간다. 그리고 더 깊게 가라앉는다.
수업에서 힘을 빼라는 지시를 받을 때마다 오버랩되는 말이 있다. 그리 먼 옛날이야기는 아니고 몇 주 전쯤 내 글을 피드백받는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아요. "
아마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노트에 가득한 취소줄 때문일 것이다. 나는 보통 종이 노트에 글을 쓰는데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면 그중 절반은 취소줄이다. 이제껏 이 버릇을 전혀 의식하지도 못했고 그 말을 들은 자리에서도 별생각 없이 넘어간 일인데, 힘을 빼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때 그 사람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아요. 지우지 말고 쭉 써보세요. 그래도 분명 재밌는 글일 거예요. "
나는 글을 쓸 때 너무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마치 수영할 때 몸에 힘을 너무 많이 줘서 물에 뜨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시작한 것이 퇴근 후 매일 삼십 분 글쓰기이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억지로 꾸미지 말고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글을 써보자. 한 줄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나도 힘든 미션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힘을 많이 주는 사람이니까 힘을 뺀 글을 쓰려면 많이 써서 긴장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퇴근 후에는 앉아서 무작정 무엇이든 쓰고 본다. 아직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몸이 뒤틀리고 목과 허리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언젠가 포물선을 그리며 헤엄칠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