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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용 Nov 28. 2020

고독한 취준일기 06

취뽀인듯 취뽀아닌 취뽀같은

 현재 나는 취뽀인듯 취뽀아닌 취뽀같은 상황이다. 전의 일기에서 면접을 보러간 일을 언급한 적 있다. 당일날 합격여부를 통보해준다는 안내를 받았었는데 3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당연히 탈락인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3일 후 오전에 갑작스럽게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통보는 놀랍게도 그리 반갑지 않았다. 이미 탈락을 받아들인 후였고 이후의 계획을 세세하게 짜놓은 상태에서 계획의 큰 변화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나는 지독한 J다) 하지만 그건 그저 순간의 감정일 뿐. 어떤 바보같은 사람이 그런 이유로 입사거부를 하겠는가.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서 금세 기쁜 마음으로 입사 의지를 밝혔다.

 첫 출근날은 입사 합격 통보일로부터 바로 이틀 후였다. 꽤나 촉박한 첫 출근에 이틀 내내 긴장상태로 살았다. 뭐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또 갑자기 입사가 취소됐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첫출근 준비 기간 동안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출근룩' 구매였다. 카페나 독서실 가는 게 전부였던 취준 기간에 내 유니폼이 되주었던 트레이닝복은 이제 보내줘야 할 때였다. 요즘 칼정장을 요구하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단정한 세미 비즈니스룩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첫 출근에는 왠만하면 면접 볼 때 입었던 정장을 입는 게 좋다. 첫인상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난 후 직장 내 분위기를 보며 다른 직원들의 복장이 어떤지 파악하고 따라하는게 좋다.

 첫 출근 전 날에는 잠을 거의 못 잤다. 출근 시간이 이른데다가 회사와 우리 집까지가 꽤 멀어서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새벽 3시가 넘어가도록 잠을 못 잤다. 너무 긴장되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고 유투브에서 '첫 출근 브이로그'릉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결국 그 날은 2시간을 자고 출근했다.

 내가 '취뽀인듯 취뽀아닌 취뽀같은'이라고 표현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내가 원하는 회사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직업과 한 번 한 편의 일기로 길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는데, 바로 출판 편집자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금융회사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한 취뽀라고 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단기 계약 알바에 가깝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로 잘 배워서 그 쪽으로 나가보는게 어떻겠냐 얘기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 내가 하는 일은 금융이라기 보다는 잡무에 가깝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 단 1도 접할 수 없고, 그저 단순 노동이라고 보는 게 더 알맞을 정도이다. 게다가 6개월 후 재계약의 가능성도 낮아보이고.

 이러한 이유로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는 경험을 쌓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 내가 원하는 바를 완전히 이룬 어떤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은 꽤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고 이전에는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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