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Jul 11. 2024

위대한 대화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나눈 <자기인생의 철학자들>처럼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책 등장인물이 평균연령 72세의 거장들이었다면


<위대한 대화>는 인생의 언어를 찾은 동서양 지혜자와의 대화다. 김지수 에세이와 위인전을 읽는 듯했다. 인터뷰 내용은 삶이 우려낸 영웅들의 대사 같다. 인터뷰 전후의 김지수 글(초록글씨)은 뛰어난 묘사력에 영웅을 떠받치는 자연풍경 같다.   


내가 만날 수 없는 이들을 김지수 기자가 다리 놓아주니 또 만나고 싶어 안달 나 회사에 신청해 받았다. 회사 돈으로 산 책이기에 노트에 필기까지 하며 온 몸으로 읽었다. 부디, 위인들 삶에 물들기를 바라며 나를 가장 자극했던 대화를 재연 한다.


등장 인물은 이렇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 변호사 강금실, 패션디자이너 장명숙(밀라논나),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심리학 교수 폴 블룸, 작가 수전 케인, 작가 도리스 메르틴,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 카리라이터 사와다 모오히로, 경영사상가 사어먼 시넥, 의사 켈리 하딩, 심리전문가 이름트라우트 타르,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 작가 이민진이다.


책은 모름지기 그때 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와 닿는 문장이 다른 법, 출근할 땐 그토록 자기계발스러운 멘트가 귀에 닿았다. 지금은 내게 용기를 주고 괜찮다고 편안함을 풍기는 말에 꽂힌다.


가령, 공공기관 일을 하다 쉬는 상황이라 그런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필요한 건 반성과 성찰...의지와 성찰이 균형을 맞춰야죠(94P)"라는 멋진 말을 했는데도 썩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 말이 이 책에서 잠자는 감성 콧털을 처음으로 흔들어 놓았다. 젊은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늙은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사랑, 건강,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욕망"이란다. 숫자로 셀 수 있는 것이 아닌 기쁨, 사랑 등 셀 수 없는 것들의 힘을 느꼈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 말에 조직을 다시 돌아 보았다. "일하는 인간은 욕구와 자율성을 지닌 독특한 주체예요. 사물은 관리되어야 하지만 사람은 격려와 용기로 움직입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면 사람이 물건처럼 행동하게 되죠. 단어가 중요해요. 많은 인사 담당자들이 자신을 인적 자원 관리자(HR)라고 여기는데, 하루빨리 관리자에서 조력자로 인식을 전환하기 바랍니다(74P)"      


예일대 심리학과교수인 폴 불룸 말을 듣자니 찾아오는 고통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듯했다. "인간은 행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팩트는 우리가 환희와 쾌락 속에 머물지 않고 고통을 통해 더 개선되게 하는 것이 진화의 본질이라는 거죠(177P)" "하지만 인간은 쾌락이 없는 고생도 기꺼이 선택합니다. 창업, 등산, 전쟁 참전, 육아 등등... 의외로 인간에게는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180P)" "고난을 겪은 후 이렇다 할 전리품이 없더라도 그 과정을 지나온 인내 그 자체는 명예가 됩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이 생기지요(183P)"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의 삶에서 용기, 열정, 공감을 배웠다. 수전 케인은 하버드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했다. 7년간 꽤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관두고 나와 10년에 걸쳐 <비터스워트>를 쓰고 작가로 변신했다. 수전 케인은 조직 내 상사와 직원 관계를 생각하게 했고 감사한 그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건국 이후 아메리칸드림을 지탱해 온 승자 중심의 미국 문화, 번영 신학, 강제된 쾌활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학교와 기업, 리더가 '슬픔의 통로를 터줄 때 놀라운 기적이 벌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연민의 시대, 우월감을 버리고 슬픔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김지수, 199P)" "뮌휀 기술대학의 연구자 슈바츠뮐러가 화내는 리더와 슬퍼하는 리더를 실제로 비교 분석한 결과에요. 리더가 화내지 않고 슬픔 감정을 드러낼 때 구성원은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요. 진정성은 충성심을 분발시킵니다(207P)" "멜랑콜리는 성과에 영향을 미쳐요. 재정, 이혼 등 개인적 고민에 서로 마음 써주고 슬픔이 흐르도록 열어주는 문화를 만든 미시간주의 진료비 수금팀과 미드웨스트 빌링팀 연구 사례가 있어요. 팀은 이전보다 수금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고, 이직률은 2퍼센트 대로 떨어졌어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디폴트는 '편안한 슬픔'입니다.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다는 건 문제가 아니죠(207~208P)"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쓴 카피라이터 사와 도모히로로부터 쉽고 유쾌하게 사는 인생을 느꼈다. 재미는 곧 감동이란 것을 깨달았다. 쓴 책처럼 마이너티리를 얼마든지 개선하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강점은 카피지만 운동신경이 둔한 약점이 있고 광고회사 직원이 강점이지만 눈이 안 보이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약점이라 했다. 소수자 시장을 개척한 이유다.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대신 사회를 더 좋게 바꾸면 된다(269P)" "누군가의 약점 덕분에 사회 구성원 전체가 수혜를 누릴 수 있어요(270P)" "'화폐의 단위가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의 화폐 대신 관계의 자원인 '민폐'가 돌고 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훨씬 더 귀엽고 뻔뻔해질 수 있을 텐데...(김지수, 282P)" "...그렇게 제가 지닌 것을 상대방에게 내주고, 반대로 상대가 지닌 것을 받기도 합니다. '일하다'란 그렇게 내어주고 받으며 서로의 인생을 포개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283P)"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모범 답안을 읽으니 '사람 맛, 사는 맛' 나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그들과의 위대한 대화를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 한다.


(나)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니 3층까지 걸어다니기 힘드시겠어요."

(화장실 미화원)   

"아이고, 말도 마요. 저희들은 지하 3층에서 생활하니 6층을 하루에도 몇 번 오르내리죠."


(택시기사님)

"카카오택시인데 제가 미터기를 누르는 걸 깜빡했어요. 택시 부를 때 얼마로 뜨던가요?"

(나)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갈 때는 8천 원대였는데 이번에 눌렀을 땐 5천 얼마로 적힌 것 같아요"

(택시기사님)

"그럼 5천원이든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