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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l 15. 2024

자식 아니랄까봐서

매달 한 번 열리는 <부모자녀세미나>에서 워킹맘 사례 발표를 하게 되었다. (한참 배워야 할 사람이지만) 7년 전 세미나를 통해 자식을 키웠다기보단 자녀와 동반성장 했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팅으로 유명한 김형환 교수님이 세미나 오프닝으로 초대 하셨다.



이 사실을 스무살 된 아이와 공유하고는 부모자녀세미나 외에 고딩 때 경험한 <고등부열정캠프>도 언급 할까를 물었다(수학 학원 방학 특강을 포기하고 참여 했는데 결국 수학 1등급이 되었기에).

"엄마, 그건 말 않는 게 어떨까.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의견과 인생 등 학교 밖 세상에 견문을 넓힌 경험으로 도움은 됐지만, 혹여 베이스인 학교 공부는 등한시 하고 애초 딴 길로 가는 게 기본인 양 부작용이 생길까봐서..."



내가 '질병휴직' 말을 꺼내기가 한참 걸린 것도, 쉰다는 말을 같은 부서 외엔 하지 않은 이유도 그랬다. 질병휴직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더 건강한 몸으로 조직 생산성에 기여하기 위함인데 '현실 도피' 부작용이 우려되서다.


근데 건너 건너 들은 실장님이 이걸 보내셨다

엄마는 토요일 오후마다 일이 있다. 엄마는 무릎, 허리, 발바닥 통증으로 전철 계단이 고역이다. 우먼센스에 기대평을 남겨 <가족의 탄생> 연극표에 당첨되었다(10명). 함께 보라고 2장 받았다. 극장까지 전철 세 번을 갈아타야 하고 오후 스케줄도 차질 있는데 괜찮은지를 물었다.

"아이고, 연극을 공짜로 보는 게 어디냐. 수천 계단이라도 걸어 올라가야지"




지난 토요일, 세미나 줌 접속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연극은 저녁 6시.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온라인 세상으로 뛰어들어야 할 판. 공짜로 연극을 보는 게 어딘가. 바다 속이라도 뛰어 들어가야지.


줌에 접속해 부모들 대상으로 발표하는 동안 엄마는 곁에서 무념무상으로 앉아 계셨다. 그러면서 중얼댔다. 


"아이고, 우먼센스에서 이런 걸 다 보여주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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