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자연
아침에 눈을 뜨면 우주 속의 '나'를 떠올린다. 자연 속을 해집고 걸을 때면 자연 속의 '나'를 느낀다. 오늘 아침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무수한 '나'와 마주했다.
그 마음 달아날 새라 자연과 동행 했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 과연 자연을 하나의 주체자로 내가 대했던가. 누가 더 우월하다 할 것 없이 나와 똑같은 존재로 보았던가.
같은 길에서 다른 길을 보았다.
내 마음이 혼란스러울 땐 방향 잃은 까치로 봤다.
오늘 보니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다 하고 있었다.
'연대' ...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오리는 진즉 알고 있었다.
오늘부터 엄마들의 성장 커뮤니티를 함께 한다.
오리 떼가 보낸 사인, 이제 눈치 챘다.
나무 사이에 낀 다리,
나무 앵글로 찰칵 찍힌 다리
최종 목적지만 바라 보았지
이리 두터운 이불 두른 풀은 보지 못했다
길에 풀을 심은 게 아니라
풀이 길을 내어 주었다
은행잎 = '노랑'이라 규정해 온 나,
지난 날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은행잎은 그래도 괜찮다며 이리 말했다
"더 나은 실패"를 하면 된다고!
두 발은 처음 본 길목과도 입을 맞췄다.
어르신들 삶이 묻은 노인복지관 길목.
수많은 글밥 속에 특히 와닿는 문장이 있다.
수많은 자연 속에 특히 와닿는 향기가 있다.
뭐 하나로 규정 할 수 없는 건 '나'나 '그'나.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서 정호승 시인은
"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시는 시작된다(45p)"고 했다.
자연을 인격으로 대하니
자연도 날 똑같이 대했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다.
남도 자연이고 자연도 '남'이다.
내 안에 내가 많듯이
남도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나도, 남도 섣불리 단정 짓지 말자.
자연과 친구 되니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서운했던 사람도
'가시나무' 노래를 흥얼대며
스르르 마음 속에 녹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