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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Nov 15. 2024

소름 끼친 소로

언제 어디서든 <월든>

매일 반복적으로 무의식이 뱉는 말이 있다. 먹을 땐 '어째 그리 맛있을까' 옷 입을 땐 '몸이 들어가면 그 뿐' 집에선 '이 한 몸 공간이면 다행'이다. 독백은 언제 어느 때고 반드시 기어 나온다. 지난 주 독서모임 때 영락없이 토했다.


"매일 아들 옷 입고 다니는데 뭘 입든 어떤 모습이든 별 신경이 안 쓰이고 그저 내가 느끼는 감각에 취해 살게 되요. 5천 원 밥도 왜 이리 맛있는 걸까요"​


이 말을 들은 옆 짝꿍 분이 '소로'라며 '월든'을 토론 할 판이라 했다. 누가 뭔 말 하면 한 귀로 질질 흘리지 못하는 나. 젊었을 땐 답답해서 어찌 사나 했던 소로, 그 소로가 몹시 그리워졌다.

겉모습은 소로 저리가라 차림으로 소개팅 나가는 사람인 양 부리나케 집을 나가 <월든>을 만났다.

어쩜 좋아. 읽는 문장 하나하나 하이파이브에 정신이 없다. 심지어 옷을 두고도 "사람들은 왜 편리성보다 새 옷을 좋아하느냐"는 생각까지. 영인이도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편한 옷, 똑같은 걸 주구장창 입는다(역시 물보다 진한 피).


매일 아침 똑같은 식사를 하며 창 밖을 바라본다. 풍경에게 문안 인사 올린다. 밤새 눈 붙인 날 밖에서 기다려 준 의리가 고마워서.


매일 걷는 길. '공사'가 막더라도 그저 기쁘다. 굽이굽이 돌고 도는 강물도 있을진대 오히려 발바닥이 호강할 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수 천 가지 걱정을 두 세가지로 줄이라 했다. 역시 선택지를 줄이니 자연과 하나 되고 고맙기 그지 없다. 폐결핵으로 나보다 2살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해 아쉽지만 '단순한 삶'을 손에 쥐어주고 떠났으니 소로는 바람 속에 사는 것과 다름 없다.​

- 낙엽도 생명인 양 요리조리 피하며

매미, 바람, 새소리 음향 효과에 젖어

여러 물감 풀어 놓은 나무 사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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