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거슬리던 한 대의 차량이 알려준, 시스템과 변수에 대한 생각
- 짜증을 내어서 무얼 하나 -
오늘은 회사에서 겪은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회사에 정기 주차를 신청한 이후로 저는 항상 지하 4층, B4에 주차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B4로 내려가는 차단기 바로 옆에 늘 주차되어 있는 한 대의 차량입니다. 그 차량 때문에 내려갈 때마다 속도를 줄이거나 거의 멈추다시피 해야 했습니다. 주변에는 충분한 주차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그 자리인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작은 불편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졌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차단기 앞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차단봉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몇 초의 정적 끝에 알게 된 사실은, 카메라가 제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각도’와 ‘거리’의 문제가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늘 불편하게 느껴졌던 그 차량은 제 차의 진입 각도를 자연스럽게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조금 더 안쪽으로 붙여 들어가게 만들면서 번호판 인식에 최적화된 위치를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불편이라는 결과만 보고 있었지, 그 안에 숨어 있던 시스템의 조건과 변수는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호환성 QA로서 일하다 보면, 사용자는 항상 “왜 안 되지?”라는 결과를 먼저 경험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언제나 “어떤 조건에서 동작하는가?”라는 전제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이번 경험은 저에게 작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현상 뒤에는, 의외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보이지 않는 변수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QA의 일은 오류를 찾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변수의 존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는 다른 게임 리뷰로 찾아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