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었다. 새로운 직장에 다니게 된 지 얼마 안 됐고, 곧 크리스마스를 앞둔.
퇴근길 친구가 삼각지의 대구탕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라고 불렀다.
정확히는 술을 마시자고, 친구가 나랑 마주 앉았다가, 어떤 남자분이 오셨다.
친구는 그분을 내 앞에 앉혔다. “안녕하세요” 서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친구가 아는 일행, 다른 남자분 한 분이 더 오신다고.
친구는 또 다른 여자 친구를 불렀다. (나와는 모르는 내 친구의 대학 친구)
소위 말해 2:2 소개팅 같은걸? 하려고 모인 자리이다.
소개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자니 어딘가. 어색하고, 촌스러워서
“밥이나 먹자” “술이나 먹자”하는데. 본질을 숨기자니. 더 어색했다.
친구의 또 다른 여자 친구까지 오고, 일행이 모두 착석하고서야,
보글보글 끓고 있는 대구탕. 을 보고 있자니 너무 배가 고팠다.
추운 날씨에 너무 탁월한 선택 아니냐며, 혼자 무릎을 쳤다.
누구는. 소개팅을 왜 하필 대구탕집에서 했었냐고 하지만.
대구탕이 어때서 맛만 좋구먼!
앞에 앉은 남자분이 연신 내 앞 접시에 얼마 있지도 않은
대구를 건져 올려 자꾸 날라댔다.
이 나이쯤 이 되면 이것이 호의인지. 호감인지. 알아차려야 하는데.
나는 그걸 잘 몰랐다.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게 비난의 화살이 더 많이 왔다.
호의가 호감인 줄 알았고, 호감이 호의인 줄 착각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앞 전에 길고 긴 연애의 마무리가 잘 지어지지 않아...
나름 오랫동안 누구도 만날 수 없었고, 누굴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당분간 연애는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더 지배했다.
나의 젊고, 예쁜 날들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러나 하나도 안타깝지 않았다. 누굴 받아들일 틈이 없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내 앞에 당장 공유가 와도, 밀어냈을 시기였다.
이제 좀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보였는지.
친구의 제의를 받아들여 이 자리에 나왔다.
“오늘 하루 자리를 마련한 친구의 노고를 생각해서 열심히 놀아야지”
그렇게 내 앞에 앉은 최 차장은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했던 나에게 첫인상이 좋았었다고 말했다.
그날의 그 멤버 그대로 “크리스마스이브 리멤버 파티”를
최 차장의 주최로 최 차장의 집에서 열렸다.
어색하지 않게 모두를 초대하는 큰 그림이었다. 애프터였다.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마음 편히 놀고, 고백도 받은 그날 이후
3개월 만에 나는 사십 평생 생각해 본 적 없는 결혼을 결심했다.
놓치면 후회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최 차장 생일날 생일상을 차리면서,
놓인 케이크 위에 will you marry me 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