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집에 진심인 사람의 기록

그렇게 통화를 끊고 나는 블로그를 내려야 했다.

by 오늘도 권씨

그렇게 오래된 집을 뼈대만 남기고,

올 수리를 해야 했다.

살릴 건 살리고, 걷어 낼 건 빨리 걷어 내야 했다.

인테리어는 시간과 돈의 싸움이었다.

샤시도 전부 새로 해야 했고, 벽도 칠하던,

바르던 결정 해야 했고,

싱크대도 해야 하고, 욕실 바닥과 벽을 덧방이냐?

철거냐?.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다.


매주 주말마다, 우리 가족은 바빴다.

백화점에 가서 유명 브랜드 주방 견적을 받아 보고,

(정말 견적만 받았다. 너무 비싸.)

대형 가구점에 가서 가구 치수를 쟀다.

더 좁은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무언가 자꾸 늘어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기 있는 네 가족이 다니기 불편하게

주말마다 야속하게 꼭 비가 내렸다.

봄이라고 해도 비 오는 매주 주말이 스산하고, 추웠다.

남양주로, 인천으로, 을지로로, 광명으로,

작은 아이를 열심히 매고 다니던,

최 차장은 허리를 잃었고, 쌀쌀한 봄 날씨에 아이들은 감기를 얻었다.


매일 같이 인테리어 유튜브를 시청했다.

예쁜 타일을 보니 나도 저런 멋진 집의

화장실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번에 본 “그 예쁜 타일을 골라야지”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리는 부엌 서랍장을 열고,

아주 잘 드는 칼을 꺼내 들고 빨아간 사과를 깎고,

“예쁜 장을 짜야지”

시끄럽지 않고, 단열이 잘 되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산타워, 아니 이제는 서울타워가 코앞에 있는 그림 같은 집을 생각 했다.

“식탁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내려야지”

작은아이 임신 기간에 제빵을 배웠는데….

마침 고장 난 오븐을 버리고,

최 차장은 이사 가면 쓸만하고,

좋은 오븐을 사자고 이야기했다.

새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근사한 “스메x 오븐을 사야지” (너무 무리했다.)


그렇게 매일 밤 새벽까지 인테리어를 논하는

밤들이 쌓여갔다.

의견들은 충돌하고, 부딪히고, 나뒹굴고, 버려지고, 다시 주워 담고...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어, 서로 피로 했지만,

잘 완성될 집을 생각하니 최 차장과 함께 재밌고,

설렜다.


새로 이사할 집의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철거에서부터 천천히 하나씩 써 나아가기로.

before and after 그리고 철거와 인테리어

정보까지 모두 다 담은

이미 글을 2편 정도 올렸고. 또 다른 블로그를 쓰던 중

최 차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섬뜩하게 차분하고, 가라 앉은 목소리...

그리고, 거의 동시에 어머님에게서도 문자가 왔고,

성격 급한 어머니는 전화까지 하셨다. 그렇게 통화를 끊고 나는 블로그를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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