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얘기가 필요한 일이 터졌다.
어머님에게서, 온 두 개의 문자는 이러했다.
ㅇㅇ동 1가 89-13 2층 빌라 18평 방 3 거실, 주방, 화장실 1. 전세 3억 7천
ㅇㅇ동 1-216 5층, 빌라 22평형 방 2 화1 넓은 거실 전세 3억 2천
“뭐지?” 하면서 보고 있자니 다 읽기도 전에
걸려 온 전화는
“최 차장 좀 말려봐라 안된다는 걸 왜 그렇게 우기고 말이지.” “네?!”
저 문자는 지금 우리가 가기로 한 집 말고,
보내온 문자 중, 둘 중 하나의 집을 고르라는 거였다.
전화기를 든 내 손이 떨렸다. 급했는지.
문자도 같은 걸 두 번이나 보내왔다.
빨리 전화를 끊고 싶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별다른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저희 거기 안 들어가요” 하고 끊어버렸다.
(그날 처음으로 어른보다 먼저 전화를 끊었다.)
나도 문자를 한 번 더 보냈다.
“어머님 저희 안 들어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후 그 단톡방은 조용해졌다.
여전히 전화기를 든 내 손이 떨렸다.
(5월 중순) 우리는 이제 어떡하지.
이 집에서도 나가야 한다.
이사 날짜까지 정해진 상황 (6월 말)
한 달 하고 열흘 남짓 남았다.
돌도 안된 작은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발품 팔아 알아본큰 아이 어린이집에는 뭐라고 한담.
머리가 하얘질 틈도 없다.
“이건 어떡해.. 그건 어떡하지.
아니 저건 어떻게 하라고......,”
3월 어느 주말 가족이 모두 함께, 만나 부동산에서
가계약을 했었다. (계약금까지 지불했다.)
그리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님과 고모의 지인이라고 하던,
그 교회에서 알게 된 분? 그분 부동산에서
가계약까지 했었는데...
우리의 (대출이 필요했던) 이런 사정은
전혀 모르셨겠지?! 알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최 차장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직계존속은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능 하대”라고.,
최 차장은, 아니 우리는 은행에 갈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우리 부부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무지한 우리는 그렇게.,
아이 둘과 함께 길에 나 앉을 위기에 처했다.
나에게 모든 게 미안했던 최 차장은 어머님께 그러면,
모자란 부분을 신용대출이라도 해서,
반전세로라도 매달 일정 금액 월세를 드리겠다고,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했다.
또 다급한 최 차장은 퇴직금도 당겨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부 다 거절당했다.”
당신의 어머니로부터., 더 놀라운 건 "사정도 이유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대변인처럼 등장한 고모는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를 해댔다.
앞으로 아이들을 생각해서 돈을 모으려면 그렇게 무리해서까지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어머님과 고모가 우리의 사정을 헤아려 주려는
마음이 조금 이라도 있다면.
전세금을 조금 낮춰 주셔야 하지 않았을까?
(그건 바라지도 않는다. 이미 그러지도 않았고...)
구옥에 엘리베이터 없는 3층! 가족이 4명이라는 이유로 관리비를 10만 원씩이나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왜 깎아 달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최 차장은
“그걸로 긴 얘기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긴 얘기가 필요한 일이 터졌다.
대화가 되지 않고, 수화기 너머 고성이 오가는
불편한 통화들이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최 차장은 욕 한마디 하지 않았다.
나는 저 사람의 인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고,
인성이 그러지 못한 나는 속으로 욕을 쏟아냈다.
그래도 나는 납득이 되지 않는 날들을 견디며
다시 새로 이사갈 집을 알아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