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거절 앞에 선 마음2

"사건 반장에 나올 일"

by 오늘도 권씨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마트에 들렀다. 큰 아이 담임 선생님을 마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반갑게 인사했다. 선생님도 고개 숙여 인사 하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장을 본 내 카트로 옮겨졌다.

카트 안에는 아침 일찍부터 술이 한가득이었다.

왜 이렇게 술을 담을 수밖에 없었는지,

요즘 내가 겪는 고난과 시련이 무엇인지...

도저히 맨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없는

이 안타까운 사정을. 이야기하면 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들어주실까?

선생님은 서둘러 자리를 뜨셨다.

마스크 너머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최 차장의 대출 해프닝?으로

집안은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최 차장의 실수(?!)로…. (꼼꼼하다는 소문은 스스로가 낸 괴소문이 아닌가 싶다)

돌도 안된 둘째가 있다.

이제 막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인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 네 식구가 길에 나 앉을 뻔하게 한

최 차장에게 나도 은연중에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어떤 사정들이 우리를 막아섰는지

계속해서 어떠한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

그걸 들으면 내 기분이 나아질까.?. 그것도 의문이었다.

“사건반장에 나올 일”이라고, 친구가 이야기했었다.

웃음도 안 나왔다.


우리는 서둘러 다른 집을 알아봐야 했다.

부동산 앱은 깔아만 봤기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데.

어떤 경로로 어떠한 검색어를 넣어야 할지도 막막했다.

중요한 건 아이들 어린이집인데. 없다.

현재 사는 집 주변에 전세가 없다.

전세뿐만이 아니라 반전세 월세도 없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 나서 이사라는 걸 해 본 적 없다. 초등학교 이후로, 쭈욱 한집에 살았다.

친정아버지께서 어려운 시절 이사를 수시로 다녔었다고 했다. 진저리가 난 이사......

그 이후 우리는 더 넓고, 더 좋은 집,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 가는 일은 없이 줄곧 그곳에 머물렀다.

신혼집도 같이 집 알아보러 다닐 일 없이

최 차장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왔다.

내 인생에 이렇게 큰 이사는 처음인 것이다.


최 차장이 앱이고, 인터넷 복덕방에서 뒤져서 알아본 집을 보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날...

큰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고.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라 일찍이 하원하고,

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습기를 머금은 내 몸이 무겁다.. 아이들도 한 없이 무겁다. 너무 버겁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이것저것 알아보러 다니던 때도.

수도 없이 내린 비들이...

하늘도 우리 가족이 안타까워 내린 비였나 보다.

“어차피 너희 그 집 못 가~ 왜 사서 고생하고 있어~

이런 바보들” 이라고 비웃으며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격한 말로, 병신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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