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반장에 나올 일"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마트에 들렀다. 큰 아이 담임 선생님을 마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반갑게 인사했다. 선생님도 고개 숙여 인사 하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장을 본 내 카트로 옮겨졌다.
카트 안에는 아침 일찍부터 술이 한가득이었다.
왜 이렇게 술을 담을 수밖에 없었는지,
요즘 내가 겪는 고난과 시련이 무엇인지...
도저히 맨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없는
이 안타까운 사정을. 이야기하면 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들어주실까?
선생님은 서둘러 자리를 뜨셨다.
마스크 너머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최 차장의 대출 해프닝?으로
집안은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최 차장의 실수(?!)로…. (꼼꼼하다는 소문은 스스로가 낸 괴소문이 아닌가 싶다)
돌도 안된 둘째가 있다.
이제 막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인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 네 식구가 길에 나 앉을 뻔하게 한
최 차장에게 나도 은연중에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어떤 사정들이 우리를 막아섰는지
계속해서 어떠한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
그걸 들으면 내 기분이 나아질까.?. 그것도 의문이었다.
“사건반장에 나올 일”이라고, 친구가 이야기했었다.
웃음도 안 나왔다.
우리는 서둘러 다른 집을 알아봐야 했다.
부동산 앱은 깔아만 봤기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데.
어떤 경로로 어떠한 검색어를 넣어야 할지도 막막했다.
중요한 건 아이들 어린이집인데. 없다.
현재 사는 집 주변에 전세가 없다.
전세뿐만이 아니라 반전세 월세도 없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 나서 이사라는 걸 해 본 적 없다. 초등학교 이후로, 쭈욱 한집에 살았다.
친정아버지께서 어려운 시절 이사를 수시로 다녔었다고 했다. 진저리가 난 이사......
그 이후 우리는 더 넓고, 더 좋은 집,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 가는 일은 없이 줄곧 그곳에 머물렀다.
신혼집도 같이 집 알아보러 다닐 일 없이
최 차장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왔다.
내 인생에 이렇게 큰 이사는 처음인 것이다.
최 차장이 앱이고, 인터넷 복덕방에서 뒤져서 알아본 집을 보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날...
큰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고.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라 일찍이 하원하고,
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습기를 머금은 내 몸이 무겁다.. 아이들도 한 없이 무겁다. 너무 버겁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이것저것 알아보러 다니던 때도.
수도 없이 내린 비들이...
하늘도 우리 가족이 안타까워 내린 비였나 보다.
“어차피 너희 그 집 못 가~ 왜 사서 고생하고 있어~
이런 바보들” 이라고 비웃으며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격한 말로, 병신이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