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3) 계단은 하강 중

(이별 이후) 독이 든 사과라도

by 이주형

계단은 하강 중

- 독이 든 사과라도 -


비에겐 바람이 계단이었습니다

담장이에겐 벽이 계단이었습니다

연어에겐 거센 강물이 계단이었습니다

백설공주에겐 독이 든 사과가 계단이었습니다


나에게

계단

나는 바람도, 벽도, 강물도, 독이든 사과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의 계단을 지우는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 있을 뿐입니다


그 계단의 끝을 상상할 수는 없지만

벽을 춤추게 할 바람과

독이 든 사과를 씻어 줄 강물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끝도 모르고 지워지는

계단의 끝에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