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5) 거미줄에 걸린 기차

기차와 당신 (이별 시)

by 이주형

거미줄에 걸린 기차

- 기차와 당신 -

어쩌면 우리는 기차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큰 눈물 지기 전에는 기적소리도 곧잘 들렸다고

지나가던 구름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기차는 어디로 갔는지 물었습니다

벚꽃을 환하게 웃게 하던 기적소리 한 잎이라도 듣고 싶다고

누구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아마 역보다 기차이기를 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차역에서 기차를 떼어 낸 것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기차가 오지 않는 역은 거미의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주인 잃은 선로는 심하게 몸 앓이를 하더니

표도 없이 기차를 찾아 떠났습니다

기적소리를 기억하는 건 들풀뿐

역은 이정표마저 거미에게 내주었습니다

구름의 기억을 빌려 내 안에다

역을 만들었습니다

선로는 구름이 덤으로 놓아주었습니다

이제 기차만 오면 되는데……


간이역엔 정지된 담배 연기만 자욱하고

간혹 사진 속 기차에서 기적 소리가 전설처럼 들립니다

오늘도 역은 오지 않을 기차를 기다리다

거미의 시간만 살찌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