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뽀리뱅이 삶

들꽃 인문학

by 이주형

뽀리뱅이 삶

- 들꽃 인문학 -


4월 산 오르다

녹색치마 넓게 활짝 펼치고

밤낮없이 툇마루에 꼿꼿이 앉아

세상 위해 지극 치성 드리던

어머니를 닮은 너를 본다


치마에 수놓은 문양이

냉이 같아 그냥 큰 냉이라

부르며 지나치려 할 때


작고 노란 키 작은 얼굴 들어

너는 나를 깊이 보았다


비록 어떤 말도 안 했지만

노란 얼굴에는 책 몇 권이

담겨 있었다


바람이 책장을 넘겼다

농촌을 지킨 터주꽃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글은

가을까지 이어져 있었다


4월과는 달리 키를 한껏 키우고

가을 든 마을을 지키고 선 모습은

장승보다 더 품 넓은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삼자뱅이도

디딜방아뱅이도

하루살이뱅이도

모두 믿음 건너의

이야기가 된 지금


끝까지 세상을 지키는 너


뽀리뱅이의 녹색치마 폭은

산을 덮고도 남는다고

믿음을 잃고 헌털뱅이가 된

내게 소나무가 귀띔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