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기억 6

시간 역설 (팽창)

by 이주형

마중 기억 6

시간 역설 (팽창)


"나는 이 고등학교에서 언제 벗어나?"


심드렁하게 밥을 먹다 말고 고등학교 1학년 아이가 아침 시간에 큰 돌을 던졌다. 아이의 주름진 시간이 쓰나미가 되어 나를 덮쳤다.


시험만 다가오면 전쟁이 나길 소망했던, 오랫동안 멈추었던 먼지 가득한 내 흑백 활동사진이 슬라이드 돌아가듯 상영을 시작했다.


"2년만 있으면 되잖아!"


흑백 영상 속의 내가 말했다.


"아빠는 2년이지만, 나는 20년보다 더 길어!"


밥 알이 튀어나오듯, 숨을 참다 참다 물 위로 솟구치는 송어처럼 아이가 말했다.


"아빠도 그 마음은 너무 잘 알지. 아빠는 하루가 100백 년 같아!"


나도 숨이 길을 찾는 힘으로 말했다.


"헐! 아빠, 그럴 때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갔을 때를 생각해 봐!"


아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가 현명했다. 아이가 옳았다! 신은 아이의 모습으로 온다는 말은 진리였다. 나에게 신인 아이의 말을 숨 안에 품었다.


언제인가부터 시간이 쪼그라들었다. 숨도 따라 쪼그라들었다. 모든 일이 버거웠다. 1초가 1000년 같았다.


나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잘만 돌아갔다. 상대적 시간을 몸이 배웠다. 누군가는 시간을 팽창하며 살지만, 나는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시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허무를 생각한다.

나를 허무는 것이 허무다.

허무는 나를 잃는 것이다.

허무를 이기려면 허물어진 나부터 세워야 한다.


명사 "허무(虛無)"는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동사 "허물다"는 살아 있다.


내 바탕에도 아이가 있은 적이 있다. 그 바탕을 살리는 게 나를 세우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