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2) 지구 돌리기 3
기적의 전설을 해동하라
지구 돌리기 3
기차는 출발에 앞서 기적부터
마중물로 보냈다 선로는 울림으로
데워졌다 그 울림을 따라 사람 사는
이야기가 길을 열었다
기차는 풀씨처럼 선로를 따라 사는
사람들의 집에 수시로 정차했다
대합실 같은 마당은 언제나 울림 강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울림을 아는 사람들은
마른 세상에서도 울림을 건져 올렸다
기차가 일상인 사람들에겐 기적 또한
일상이었다 그땐 사는 게 울림이었다
하지만 기적 속에서 기적을 만들며
살았던 이야기는 기적을 울리던 기차와
함께 전설이 되었다 전설 속에서 기적을
건져 올리려는 사람들은 언젠간 다시
기차가 정차할 수 있도록 마음속에
대합실을 지었다 그 대합실엔 배부른
기억만 있는 거미가 지구를 돌리며
선로를 그렸다 과거가 된 현재가
선로를 따라 기적 소리를 심었다는 소식에
지구는 전설을 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