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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루 숲

나무(無) 걸음

by 이주형

하루 숲

- 나무(無) 걸음 -


나무는 매일

하루씩 걷습니다


비바람이 막아서도

꽃나비가 유혹해도


나무가 걷는 숨은

한결같습니다


나무는 압니다

일 초도 하루요

일 일도 하루요

수 년도 하루임을


그래서 노목과 유목의

걸음이 같음을


오늘을 살지 못하면서

내일을 생각하는

나무는 없음을


나무는 말합니다

나무의 역사는

'나'가 '무(無)'

만나면서 시작되었음을


잎 지고 잎 나는

시간은 같은 시간임을


나무의 하루는

나를 지우는 시간임을


하루를 걷는 나무가

함께 하자며 손 내밉니다


하루 숲 안에서

요란하기만 했던

내 걸음을 지웁니다


나는 하루씩 걷는

나무 걸음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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